성희롱 알리자 배차 안한 ‘장애인 복지콜’

장애인 콜택시. (사진 속 차량은 기사 내용과 무관)

서울시가 전액 지원하는 시각장애인 지원센터의 ‘복지콜’ 운전기사가 자신의 차량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이 기사가 성희롱을 했다며 민원을 넣자 배차를 안해준다고 말하는 등 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전액 지원 시각장애인 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A씨는 지난해 11월 센터의 복지콜 서비스로 차량을 이용하던 중 기사 B씨가 성희롱 발언을 했다며 서울시에 민원을 넣었다.

A씨는 시에서 회의를 열어 기사에게 주의조치를 내린 이후 B씨가 자신에게 콜을 안 잡아준다며 으름장을 놨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가 왜 이따위 일로 시청에 알리고 그러냐며 자신의 이름이 뜨면 콜을 안 잡아준다고 했다”며 “앞으로 (기사) 모두가 콜을 안 잡아줄 것이라 했다”고 전했다.

B씨의 발언 이후 예전과 같이 콜 연결이 잘되지 않는다고 느꼈던 A씨는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에 B씨가 자신의 이동권을 침해했다며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민인권보호관 조사에서 A씨는 “그 전에는 바로바로 연결이 됐는데 어떤 날은 9번이나 신청해도 연결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특히 자택에서 신청한 경우는 바로 연결이 안됐지만 타 지역에서 집으로 오는 경우는 전부 연결이 됐다”고 전했다.


또 A씨는 한 신입 운전기사가 자신이 사는 지역을 지칭하며 “거기 유명한 분이 사신다는데 누군지 아세요?”라 했다며 기사들이 단체로 콜을 잡아주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B씨는 민원을 자주 넣으면 기사들이 불이익을 많이 받고 장애인들이 콜을 꺼리게 되기 때문에 그런 취지로 말한 것이라 주장했다. B씨는 “민원을 잘 가려서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신청인이 콜을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실제 B씨가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언 했는지, A씨의 차량 이용에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중점적으로 조사한 결과 A씨의 이동권이 침해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시민인권보호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 민원 제기 이후인 지난해 11월 23일부터 12월 26일까지 A씨가 차량을 이용하지 못한 비율은 29%로 타 기간에 비해 높았다. 민원 제기 한 달 전인 지난해 10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A씨가 차량을 타지 못한 비율은 15%였다.

특히 통상적으로 4회 이상 신청 시 센터에서 지정배차가 이뤄져야 하나 A씨의 경우 5회 이상 중복신청 한 5번 모두 차량이 연결되지 않았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실제 이전에 비해 중복 신청해도 연결이 안된 경우가 많았던 점 △센터에서 지정배차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시각장애인 생활 반경이 좁고 기사 마음먹기에 따라 특정인을 기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지원센터와 기사들이 A씨의 이동권이 침해했다고 결론 지었다.

이에 시민인권보호관은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 및 기사 전원에게 인권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이용자가 신청하더라도 센터 중심으로 배차가 이뤄져 이동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를 이용자 중심으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제도는 박원순 시장 공약으로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다. 소속 기관과 시 예산이 지원되는 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한 신청을 받아 조사 후 결과에 따라 시정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