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중단 학교 학부모들 "파업 이해는 하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선언한 20일 점심시간 세종시 금남초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21일까지 총파업에 참여하는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2만여명중 대부분이 학교 급식 담당 업무에 종사하고 있어 급식 차질이 불가피하다. 2014.11.20/뉴스1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으로 20일 일부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돼 학생, 학부모 등이 불편을 겪었다.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파업에 당황하면서도 장기화되지만 않는다면 비정규직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파업으로 오전 단축수업을 실시한 마포구의 한 공립 초등학교 앞에는 하교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이들을 마중 나오지 못하는 워킹맘들을 대신한 할머니들도 삼삼오오 눈에 띄었다. 학교 측에서는 교문 밖까지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한편,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급히 점심을 먹이기 위해 주변 식당을 찾는 등 부산한 모습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생 학부모 김모씨는 "그 분들(비정규직)도 파업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장기화되면 정말 도시락을 싸야 하는 것이냐"고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학부모 윤모씨도 "먹고 사는 문제니까 뭐라고 하진 못하겠다"며 "다만 파업이 계속되면 곤란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방과후학교를 신청한 또 다른 학부모는 "미리 언질도 없이 어제 가정통신문을 통해 처음 들었다"며 "학교 주변에 식당도 몇 개 없는데 짧은 시간에 애들 밥은 어떻게 먹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파업이 가져올 파급력을 우려했다.

2학년 학부모 김모씨는 "결국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 아니냐"며 "만일 그 분들 임금을 올려주게 되면 결국 예산문제로 '무상급식'이라는 틀도 깨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직은 저학년인 자녀가 파업의 개념을 잘 모른다는 그는 "중·고등학생의 경우 더욱 큰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랑구에 위치한 한 공립 초등학교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를 찾은 한 학부모는 "아이가 도시락을 놓고 가서 챙겨주러 왔다"며 "학부모들 모두 불편하다고 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이어 "저학년 엄마들 사이에서는 단체도시락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면서 "아이들 밥 가지고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학생 입장에서도 파업은 당황스럽다. 엄마에게 김밥을 건네받은 5학년 남자아이는 "급식을 편하게 먹을 수 없어서 불편하다"며 "앞으로 엄마가 이렇게 챙겨줘야 할 일이 잦을 것 같아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문 앞에서 홀로 하교하던 한 초등학생은 "친구들과 우선 라면을 먹을 것"이라고 했다.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한 공립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점심을 어떻게 해결했냐는 질문에 "오늘 이거 하나 먹었어요"라며 빵을 내밀었다. 학생들은 "오늘 학교에서 급식 대신에 빵이랑 바나나를 줬고 도시락을 싸오고 싶은 학생이 있으면 싸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급식이 중단된 학교의 관계자들은 파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교육청 지침대로 지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동작구에 위치한 한 공립 중학교 영양사는 "학부모 위원회 대표를 통해 학부모님들께도 상황을 잘 말씀드렸고 부정적인 반응 없이 수긍했다"며 "21일 이후에는 정상적인 급식배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