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렌탈 매각에 20여곳 출사표…가격 1조 넘어설까

KT렌탈 인수전에 국내외 대기업과 사모펀드 등 20여 곳이 참여했다. KT 측은 조만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하고 실사, 본 입찰 등을 거쳐 내년 초 매각을 최종 완료할 예정이다.


20일 재계와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이날 KT렌탈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20여개 업체가 예비입찰제안서(LOI)를 접수했다. KT 경영기획부문 산하 전략투자그룹은 LOI 접수 결과를 황창규 회장에게 보고했다. 이번에 매각하는 KT렌탈 지분은 KT가 보유한 58%와 교보생명 등 재무적 투자자 6개 회사가 보유한 42% 등 모두 100%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렌터카사업을 영위 중인 SK네트웍스와 오릭스가 전략적 투자자로 인수전에 참여했다.

SK네트웍스는 렌터카 사업 외에 전국에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 긴급출동서비스망을 갖췄다. KT렌탈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인수를 추진해 왔다.

오릭스그룹은 일본에서 자동차 리스와 렌터카업계 시장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점하는 '오릭스오토'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KT렌탈을 인수하면 바로 한국 렌터카 시장 진출과 동시에 점유율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오릭스그룹은 앞서 한국에서 STX에너지,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효성도 이날 인수전 참여 사실을 공시했다. 이밖에도 한국타이어, GS리테일, SFA, MBK파트너스, 어피니티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외 자본이 대거 뛰어든 M&A 거래는 근래 들어 이번 입찰 외에 찾기가 쉽지 않다. KT렌탈이 렌터카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26%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알짜회사'이기 때문이다. KT렌탈은 지난 3년간 외형이 연평균 13% 성장한데다, 영업이익도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KT와 인수후보 간에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KT가 지난 6월 KT렌탈을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자금 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KT는 올해 상반기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83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하지만 KT는 10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하고, 3분기 들어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서 자금에 숨통이 트였다. 알짜 회사를 내다 팔 이유도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내심 매각 가격을 1조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업계에서는 KT렌탈의 적정가격을 6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어 KT 측은 가격이 낮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KT렌탈은 2009년 금호그룹 계열사였던 대한통운이 KT-MBK컨소시엄에 3000억원에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