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엔젤투자, “자의든 타의든…모두 예의 주시”

삼성이 18일 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임원급 연구개발(R&D) 인력이 10여개 기술 분야에 대해 소개하는 '기술 설명회'를 진행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이 (대구경북 지역 내) 우수한 스타트업에게 (엔젤) 투자한다고 해서 큰 기대감을 갖고 왔습니다.”

18일 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엔 200여명이 넘는 대구 경북 지역 내 청년창업가들이 삼성의 ‘2014 C-Lab 벤처 창업 공모전’ 기술설명회를 듣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삼성은 지난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지역 내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초기 지원금 2000만원을 포함해, 팀당 최대 5억원을 투자하는 등 앞으로 5년간 총 1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발표 이후 대구 경북 지역의 벤처업계는 크게 고무돼 있습니다. 대구시도 100억원의 벤처자금을 조성해 엔젤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삼성이 엔젤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고 한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대구를 방문해 지지부진한 지역 내 벤처 창업 및 투자 상황을 획기적으로 전환시켜 줄 것을 삼성에게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직접 나서서 수천억 원을 쏟아 부으며 스타트업에 대한 엔젤 투자 및 연구개발(R&D) 자금, 멘토링 등을 지원해 줬지만 지방은 이러한 지원으로부터 많이 소외당하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자 박대통령은 대기업이 직접 나서서 지방의 벤처기업을 육성해 줄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박대통령이 일종의 초강수를 둔 셈이지요. 정부가 민간 대기업을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하나씩 짝지어 지방 창조경제 활성화의 임무를 맡겼으니까요. 아마도 세상에서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삼성은 이러한 박대통령의 요구에 1차 타깃이 됐습니다. 국내 최고 기업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뒤이어 SK는 대전을, 롯데는 부산을 책임진다고 발표했습니다.

대기업을 지방 창조경제 활성화 프로젝트에 끌어들인 것을 놓고 사람들은 반신반의합니다. 대기업이 진짜로 원해서 참여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일단 대기업이 지역 벤처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한 이상 사람들은 대기업의 실천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삼성은 가장 먼저 지목돼 세상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입장입니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자의든 타의든 대구 지역 내 엔젤투자에 나서기로 한 이상,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까지도 삼성이 대구에서 어떤 행동(action)을 취하는 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게다가 대구 경북 지역 내 청년창업가들도 삼성의 엔젤 투자에 대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올라 있습니다. 예전에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듯이, 엔젤 투자도 삼성이 하면 뭔가 다를 것이라는 게 지역 내 스타트업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실제로 18일 삼성의 ‘2014 C-Lab 벤처 창업 공모전’ 사전 설명회를 찾은 대구 경북 지역 내 청년창업가들은 하나같이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전 설명회를 들은 지역 내 한 스타트업 대표는 “삼성의 스타트업 지원이 빵빵한데다, 설명회를 듣고 보니 삼성이 진짜 지역 내 벤처 창업을 위해 움직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삼성의 C-Lab 벤처 창업 공모전이 지역 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은 이제 지역 내 청년들의 기대감을 쉽사리 저버릴 수도 없게 돼 버렸습니다.

삼성 때문에 지금 대구 경북 지역은 벤처 창업 열풍이 새롭게 불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성의 책임이 더 무겁습니다. 정말로 삼성은 이제 그 책임을 내려놓을 수 없게 돼 버렸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