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영향 급락 정유株 바닥 찍었나

끝없이 추락하던 국내 정유업종의 주가가 최근 반등에 나섰다. 국제 유가 하락이 진정되는 흐름으로 접어든데다 저가 메리트 부각, 배당 기대감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증시에서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 S-Oil (76,800원 ▲1,400 +1.86%), GS (43,250원 ▲950 +2.25%)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전일대비 300원(0.34%) 오른 8만8900원에 장을 마쳤다. 소폭이지만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S-Oil 종가는 전일대비 400원(0.96%) 오른 4만2050원, GS는 250원(0.60%) 오른 4만1750원을 기록했다.

올해 국내 정유주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으며 주가가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렸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연초 14만1500원이던 주가가 지난 10월 2일 7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거의 반토막이 난 셈. 이는 S-Oil도 마찬가지다. 연초 7만4000원이던 주가가 이달 4일 3만8600원까지 주저앉았다. GS도 연초 5만7300원에서 지난달 2일 3만9300원까지 하락했다.

다만 최근 들어 반등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은 어느덧 9만원을 눈 앞에 두고 있고 S-Oil과 GS도 4만원선을 회복했다.

이 같은 정유주의 반등 흐름은 우선 국제 유가가 하락 속도가 진정되면서 추가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20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경제지표 호조 등 영향으로 반등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1달러, 1.3% 오른 배럴당 75.58달러로 마감했다. WTI 가격은 지난 6월 13일 배럴당 106.91달러로 올해 정점을 찍은 뒤 급격하게 하락했다. 다만 이달 13일 배럴당 74.21달러를 저점으로 추가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제유가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국내 정유기업의 수익성을 대변하는 정제마진이 최근 몇 주간 나아지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유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는 정유기업이 원가와 판매 가격 차이에서 오는 회계상 손실을 입을 수 있지만 추가 하락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이같은 손실이 사라지게 된다.

다만 국제유가는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달러가치 변화나 산유국을 비롯한 각 나라의 정치적인 이슈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섣불리 지금이 바닥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까지는 정유기업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 국제유가가 지금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 1분기에는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국내 정유기업의 경우 올해까지는 유가하락, 재고손실 등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했지만 유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은 올해로 끝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내년에는 정유사업 실적이 손익분기점까지는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길게 본다면 지금 시점은 매력적인 가격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급격한 주가 하락으로 저가 메리트뿐 아니라 배당 매력이 부각되는 점도 최근 정유주의 반등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실적에 큰 상관없이 일정한 금액을 배당하는 '정액배당' 정책을 써왔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상승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유업종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주로 꼽히며 올해 주가가 급락했다"며 "다만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하향 안정화가 된다면 실적이 회복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배당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