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팍팍, 기가 산다" 외치는 '기팍단', 알고보니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KT의 '기기 산다' 광고 모델인 전통춤꾼들이 10월 9일 강남 CGV 앞에서 뉴질랜드 전통춤인 '하카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KT

KT '기가 산다' 광고 컷/사진제공=KT

"기가 팍팍, 기가 산다", "기가 팍팍, 기가 기가", 아~~기가!"

건장한 남자 10명이 나타나 우렁찬 목소리와 독특한 율동으로 '기(氣)'를 불어넣는다. 직장 상사에게 깨질 때도, 태권도 시범장에서 주눅이 들 때도, 인터넷 연결이 안 될 때도 등장한다.

KT는 지난달부터 '기가(GIGA) 산다'는 슬로건으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원래 '기가(GIGA)'는 10억배를 나타내는 접두어다. 속도 단위에서 '기가 인터넷'은 종전 '100메가 인터넷' 보다 10배 빠른 것을 의미한다.

KT는 일반인에게 어려울 수 있는 '기가(GIGA)'라는 단어를 '기(氣)가, 산다'라는 말로 풀었다. 세월호 사건 등 올 한해 사회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에 기(氣)를 불어넣는다는 의미와 '기가'라는 말을 반복 사용해 기가(GIGA) 시장에서의 선점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KT '기가 산다' 광고 컷/사진제공=KT

우선 덩치 좋은 외국인들이 '기가 산다, 기기 팍팍'이라는 구호와 줄을 맞춰 선보이는 파워풀한 율동은 일단 '시선 끌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통춤을 추는 전문 춤꾼들이다. 광고에 나오는 춤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민속춤인 '하카(HAKA) 댄스'를 응용했다. '하카 댄스'는 원래 기쁨과 감사의 기분을 표현했으나 2011년 뉴질랜드 남섬 최대의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사건 때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해 사용됐다. 뉴질랜드에서 인기가 높은 럭비대표팀(All Blacks)이 경기 전에 추는 춤도 하카다.

'기팍단(기를 팍팍 살려주는 단체)'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지난 달 거리 곳곳에서 게릴라 공연을 하기도 했다. 서울 인사동, 신촌, 홍대, 강남에서 정식으로 하카 댄스 공연을 펼쳤다. 공연 후에는 "대한민국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공연이다"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사라져 보는 이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