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무장 아스트…증시 비행 준비 끝

'Pride In Quality.(품질에서의 자부심)'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다듬어져 사뿐히 세워져 있는 알루미늄판넬들 사이로 엿보이는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다. 국내 1등을 넘어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아스트(ASTK) 구성원들의 이 같은 의지는 1만여평 공장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인 비행기의 동체를 만드는 이들만의 자부심처럼 느껴졌다.

경남 사천 제2공장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살짝 뒷걸음질이 쳐졌다. 20미터를 훌쩍 넘는 천장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공장은 매캐한 냄새와 함께 가까이 있는 사람 말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찌릿찌릿 귀를 울리는 기계 소리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내 곧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완전한 비행기의 모습을 갖추진 않았지만 비행기 꼬리 부분을 연상케 하는 후방동체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국내 유일의 비행기 동체 부품 제작업체 아스트가 다음 달 코스닥에 상장한다. 국내에는 상장사 카이(KAI)를 비롯해 100여개의 부품 제조업체가 있는데 카이를 제외하고 중소 항공기 부품제조업체가 상장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1년 카이에서 분사해 대형 항공기 동체의 고난도 정밀부품의 제작을 도맡아오며 수출 주도형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아스트는 국내 제조업체 중에서 처음으로 기술특례 상장승인에 통과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이다.

↑김희원 아스트 대표가 항공기 스킨에 사용할 알루미늄 판넬을 직접 들어보이고 있다.

아스트는 항공기의 서까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스트링거(Stringer)를 비롯해 항공기 표면을 일컫는 스킨(Skin), 뼈대라고 할 수 있는 프레인(Frame)을 생산해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진 업체는 아스트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특히 스트링거 생산 캐파는 보잉에 이어 전 세계 2위 실력을 자랑한다.

김희원 아스트 대표이사는 "회사 규모는 중소기업 수준이지만 기술력에 있어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보잉사의 생산시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경쟁력 있는 생산인프라와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제1공장에서는 스트링거와 비행기 격막 구조물인 벌크헤드(BulkHead) 등의 부품 생산이, 제2공장에서는 후방동체 제작 등 항공기 조립 작업이 이뤄진다.

아스트는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B737에 들어가는 후미 부분을 제작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기도 하다. 아스트가 제조한 부품은 보잉 외에도 스피리트, 스타이스 등의 해외 고객사로 납품된다. 2013년 기준 글로벌 고객사와의 계약 수주 잔고는 8억400만달러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보잉 B737의 후방동체인 섹션48의 수주대수가 월 4대 수준이지만 점차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며 "상장 후에는 동체 설계능력까지 갖추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을 계획"라고 밝혔다. 공모를 통해 모집할 자금규모는 200~300억원 수준이다.

↑사천 2공장에서 항공기 후방동체에 들어가는 섹션48의 조립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항공기 부품 조립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 상장을 하게 된 동기"라고도 강조했다. 실제 보잉과 같은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업체의 경우 설계에서부터 다양한 범주의 부품 제조, 조립까지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뛰어난 제조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같은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설계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이번에 마련되는 공모자금을 R&D와 생산기지 증설에 전격적으로 투자해 국내 유일의 항공기 동체 토탈 솔루션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을 기점으로 회사가 성장궤도에 안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실적은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 2013년 기준 연결기준 매출액 60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 -41억원, 당기순손실 -65억원을 시현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00억원 수준으로 플러스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규모는 -20억원, -57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항공기 산업 특성상 개발과 양산화 단계까지 절대적인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을 짚어 봐 달라는 당부다. 김 대표는 "통상 상대 회사와 계약을 하고 부품을 개발하고 납품하는 데까지 2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해까지는 생산대수를 늘리는데 필요한 투자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했던 부분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턴어라운드는 2015년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군항기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도 강조했다. 아스트는 지난해 FX-3차 전투기 사업 F-35 전투기 동체 제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군용기 시장은 연평균 4%의 성장률로 항공산업 시장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항공 동체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0년까지 군수부문 매출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는 다음달 9~10일 수요예측을 거쳐 15~16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주식 수는 285만여주. 공모가 밴드는 7000원~1만원이다. 상장예정 주식 수는 1246만여주다. 상장 예정일은 12월 2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