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게리 보가니, 첫 내한공연… 눈귀 뗄 수 없게 한 피아노

머니투데이

양승희 기자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4 머니투데이 겨울음악회 스타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게르게리 보가니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건반 위를 유영하는 두 손이 숨 가쁘게 움직인다. 경이로울 만큼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오는 선율은 한 음 한 음 정확히 귓속에 꽂힌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게르게리 보가니의 첫 내한 연주는 일순간도 눈귀를 뗄 수 없을 만큼 청중을 사로잡았다.

차가운 빗줄기가 겨울을 성큼 앞당겼던 지난 22일 저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4 머니투데이 겨울음악회 스타 콘서트’에는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게르게리 보가니가 뛰어난 역량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은빛 양복에 하얀 셔츠를 받쳐 입고 등장한 멋진 신사는 현란한 기교를 필요로 하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연주했다. 보가니의 부드러운 표정은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자 진지하게 바뀌었고 곡의 감성에 기쁨이 넘치거나 애수가 가득하게 변화했다.

보가니가 뿜어내는 뜨거운 에너지를 전달받은 관객들은 아낌없이 박수갈채를 보냈고, 그는 앵콜곡으로 리스트의 ‘난쟁이의 춤’을 연주해 성원에 화답했다.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4 머니투데이 겨울음악회 스타콘서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2부의 문을 연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의 연주 역시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매달 머니투데이 나눔콘서트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64’로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했다.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는 음악의 감동을 배가시켰고, 특히 3악장에서 송원진의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테크닉은 객석을 열광하게 했다.

지휘자 여자경이 이끄는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오케스트라는 스트라우스의 ‘돈 후앙 작품20’과 오페라 ‘장미의 기사’ 모음곡으로 각각 콘서트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여 지휘자는 온몸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연주를 진두지휘했다.

‘돈 후앙 작품20’이 희대의 바람둥이 돈 후앙의 모습처럼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는 완급의 백미를 보여주었다면, ‘장미의 기사’는 결혼 전날 신랑이 신부에게 장미를 선사하듯 앞날을 축복하는 느낌으로 가득했다.

이날 콘서트홀에 모인 1500여 명의 관객들은 무대 위 모든 주인공들에게 오래도록 박수를 보냈고, 콘서트는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