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갈리는 아베노믹스..디플레 탈출 기반 vs 양극화 심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블룸버그

일본 중의원 해산으로 다음달 총선을 앞둔 일본에서 지난 2년간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으로, 무제한 양적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신성장 정책이 핵심이다.


아베 옹호자들은 아베노믹스가 불황을 탈출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3일 사설에서 경제의 선순환이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면서도 아베노믹스가 금융완화, 재정지출, 성장전략 3개의 화살로 디플레이션 탈출의 기초를 쌓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양극화만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1일 "아베노믹스로 인한 수혜는 부자만 입었으며 지방은 차갑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성장률은 지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며 재침체됐고 지방과 중소기업에는 아베노믹스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기 때문이다.

엔저공습으로 이익이 크게 늘어난 대기업의 직원들은 보너스가 늘어났지만 가계 수입 증가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수입물가가 상승세가 임금 상승세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도 제조비용 상승으로 엔저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일본 증시는 70% 올랐으며 이로 인해 대기업과 일부 주주들은 상당한 이득을 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베노믹스의 경기활성화 정책의 수혜를 누가 받느냐에 대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아베노믹스가 임금과 고용 증가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0%에 그쳤다.

아베 총리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예상대로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승리한다면 더 잘할 것을 약속하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격차를 느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모든 사람의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마법의 경제정책이 과연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집권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경기회복, 이 길밖에 없다'는 문구를 내세우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들은 선거의 쟁점은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이며 "경제 회생과 재정 건전화 실현에는 아베노믹스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제는 흐름을 바꿀 때'라는 문구로 자민당의 독주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민주당은 특정비밀보호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등 논란이 되는 문제를 쟁점화시킬 방침이다. 정권 2년 전체에 대한 심판을 하겠다는 것이다.

에다노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자민당이 강자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며 "주가가 올랐지만 생활이 더 팍팍해졌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인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자민당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입장이다. 요미우리가 지난 21일 저녁부터 2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노믹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45%, 부정 평가는 46%로 나타났다.

아사히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아베 내각 지지율은 39%로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인 40%를 처음으로 밑돌았다. 그러나 비례대표 선호 정당으로는 자민당이 41%로 1위를 차지했으며 민주당 14%, 공명당 6%, 유신당 5% 순이었다.

다카하시 아키에(50)는 "아베노믹스에 대해 기대가 컸지만 변한 것은 없다"면서도 "경제가 더 나아졌다고 들었고 나도 혜택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며 총선에서 자민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시오바라 유키(31)는 "자민당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14일 총선에서 자민당이 의회 해산 전보다 적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장기목표인 경제 생산성 개선과 재정 건전성 현실화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