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위험자산 운용규제, 내년 1월에 풀린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한도가 완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적연금 활성화의 일환이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이 들어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20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말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IRP) 퇴직연금제도의 총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현행 40%에서 70%까지 올린다.
위험자산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주식형 펀드·회사채 등 지분증권을 말한다. 다만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나 조합 등의 출자지분은 제외한다. 지금까지‘안정 추구’의 명분 하에 위험 자산 투자를 제한해왔다면 앞으로는 ‘운용’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은 현행 70%로 유지된다.

이는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내용으로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와 운용 규모 확대를 꾀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연금(430조원)이나 개인연금(200조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퇴직연금(87조5000억원)의 운용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당초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사적연금이 활성화될 경우 2020년까지 퇴직연금 운용액이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7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다만 시행 시기는 법 개정 작업이 늦어지면서 지연됐다. 연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퇴직연금 자산운용규제 개편은 올해를 넘겨 내년 1월말쯤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 개정 작업 등 관련 작업들을 순서대로 진행하다 보니 조금 늦어진 감은 있지만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에 포함됐던 주식·혼합형펀드 등 개별자산에 대한 투자 한도 완화 조치는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 감독규정에 대한 개정이 이뤄진다.

한편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서는 사적연금을 내실화 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존재한다. 지난 8월 정부 발표 당시에도 일부 전문가와 노동계는 자산운용규제 완화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수급권자에 대한 보호 방안이 미흡한 현행 제도에서 무리한 투자를 촉진시켜 원금손실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완화는 금융자본의 이익은 증대시키지만, 정작 노동자의 퇴직연금자산은 더욱 불확실한 시장위험, 투자위험에 노출시키며 안정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손필훈 고용부 근로복지과장은 "이번 조치는 단순히 한도만 높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퇴직연금 상품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등 많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지적되는 위험성 부분에 대해서는 위험률, 장기수익률 공시 표준 등의 보완대책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함께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