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짠물배당 韓디스카운트, 언제 해소될까

최근 부진한 증시흐름에도 불구하고 배당 관련주의 주가가 유독 강세를 보입니다. 경제전망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그간 '짠물배당'이라는 오명이 내년부터는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때문입니다.


배당은 사실 오랜 기간 국내외 투자자들의 미간을 찡그리게 했던 한국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이었습니다.

최근 만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한국시장에 투자할 충분한 자금과 의지가 있는 해외고객들이 많다"며 "그러나 배당률을 듣고 나서는 한국을 고려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이들이 적잖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자료를 보니 신흥시장의 평균 배당성향은 33%, 선진국은 45%에 달하는데 한국의 최근 5년 평균은 17%에 불과했다"며 "투자제안 때 마다 돌아오는 배당불만에 민망한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해외투자자 배당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도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한 외국계은행의 배당논란은 작금의 현실을 함축하는 사례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부실화됐던 제일은행을 2005년 인수한 후 9년간 한국에 총 4조6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 기간 SC가 받은 배당은 3010억원 수준, 투자액 대비 배당률은 연간 1%가 안됩니다. 개인이 통장에 돈을 넣으면 연 2%의 이자를 받을수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외국계'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탓인지 SC는 매번 '국부유출' 논란에 휩싸입니다. 주인이 토종펀드라면 오히려 적은 배당이 문제됐을 것입니다. SC는 최근 '1조원 배당루머'까지 불거졌는데, 은행장까지 나서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은 과거 한국경제를 뒤흔들었던 각종 위기에서 있었던 '트라우마'가 배경이었던 것 싶습니다. 우리의 특수성과 불편했던 과거를 고려해도 이런 불합리한 반응은 한국의 글로벌 투자가치를 실추시키는 부작용이 더 큽니다.

국경이 없는 자본시장에서 ‘외국계’라는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합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주요기업 외국인 지분은 50% 안팎이고 은행권은 무려 60~70%에 달합니다. 배당확대에 대해 기업들이 드는 반대논리가 '국부유출'인데, 이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증권사 한 임원은 "배당으로 국부유출이 걱정된다면, 국내 주주들이 보다 많은 주식을 보유하면 될 일"이라며 "이제는 배당에 관한 여러 이슈를 합리적인 시각에서 돌아볼 때"라고 하더군요.

기업의 자본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적법한 수준에서 이뤄지는 배당은 앞으로 한국증시의 패러다임을 바꿀 큰 이슈가 될 것입니다. "한국에는 성장성과 배당 메리트를 두루 겸비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는 말을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