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사외이사 결격사유 풀어준다, "지나치게 엄격"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결격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은행의 경우 현행 법 규정은 해당 은행은 물론 자회사 출신이더라도 퇴임 후 2년이 지나야만 하고 각종 거래관계에 있는 사람은 일체 배제한다.

문제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지만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전문성 있는 사람이 사외이사로 오는 게 매우 힘들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사외이사 결격요건을 상당부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군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업무 능력보다는 결격요건과 같은 형식적 기준을 중심으로 선임하는 탓에 사외이사 구성의 편중이 매우 심하다. 누가 능력이 뛰어난지를 따지기에 앞서 법적 제한에 걸리는 사람을 우선 제외하다보니 교수처럼 특정 직군에 집중되는 것이다.


실제 9월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옛 우리) 사외이사 32명 중 절반인 16명이 교수 등 학계 출신인데 반해 금융인은 단 4명에 불과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법 규정은 너무 엄격해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넓히고 전문가를 영입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 업무를 잘 알고 해당 은행 사정에 밝은 사람은 아예 사외이사가 되기 힘들 정도로 규제가 까다롭다는 얘기다.

은행법 제22조와 시행령 제15조 등에서는 △은행과 해당 은행지주사, 자회사의 최근 2년 이내 상임 임직원 △은행의 상임 임직원이 비상임이사로 있는 회사의 상임 임직원 △기술제휴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법인,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법인의 최근 2년 이내 상임 임직원(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포함) △해당 은행과 거래 잔액이 1억원 이상인 사람 등은 모두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중요 거래관계는 물론 사업상 경쟁 혹은 협력관계에 있는 법인의 최근 2년 이내 상임 임직원은 다 사외이사로서 자격상실이다.

이런 엄격한 규정은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게 하는 대표적 걸림돌이다. A은행 관계자는 "얼마 전 IT(정보기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려 했으나 비즈니스 관계가 있었던 점이 문제가 돼 포기해야했다"고 밝혔다.

물론 사외이사 결격요건을 완화시키려면 법이나 시행령 등을 고쳐야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야당 일부 의원은 2년으로 돼 있는 퇴임 임직원의 사외이사 제한기간을 오히려 5년으로 늘리는 등 결격요건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기형적 사외이사 구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결격요건 완화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 등을 감안해 결격요건 완화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막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