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대표주자, 나야 나" 호남중진 당권도전 속내는

박지원(왼쪽부터), 문재인,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4.9.26/뉴스1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지도부를 선출할 2.8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호남 중진들이 속속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른바 친노(친노무현) 대표주자로 문재인 의원이 출마한다는 전제 아래 비노 대표선수라는 상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23일 현재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유력한 중진 대부분이 호남 출신 또는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한 '비노'(비노무현) 성향으로 분류된다. 박지원 의원(전남목포)은 출마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문재인·정세균 의원과 함께 '빅3'로 불린다. 김동철(광주광산) 의원은 지난 21일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했다. 박주선(광주동구) 의원도 출마결심을 굳혀가고 있다.

정세균(서울종로)·김영환(경기안산)·추미애(서울광진) 등은 수도권이 지역구이지만 호남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호남연고 유권자들의 일정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평가된다. 원외에선 전북 기반의 정동영 당 상임고문, 광주전남의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당대표 출마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정계파가 당을 장악해선 안 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러면서 중도개혁 노선을 강조한다. 이들은 모두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발탁했거나 그의 정치적 우산 아래 성장했다. DJ의 노선인 '중도개혁'을 내세워 호남의 지지를 받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새정치연합은 옛 민주당 시절부터 당원 가운데 호남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민집모 의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오찬 모임을 갖고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황주홍, 오제세, 김영환, 최원식, 백군기, 김성곤, 이언주, 문병호, 이종걸, 주승용, 박주선, 변재일, 장병완, 김동철, 민홍철 의원(무순) 등 15명이 참석했다. 2014.9.15/뉴스1

단 지지층이 대개 겹치는 만큼 일단 출마하더라도 전원 경선을 완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신 비노 중진들이 각자 선거운동으로 몸집을 불린 뒤 후보단일화에 나설 전망이다. 김영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당대표 출마를 검토중"이라며 "같은 중도개혁 세력인 박주선, 추미애 의원도 출마한다면 합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의원도 "합칠 수 있는지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실제 당권을 잡으려 하기보다는 전당대회 국면을 맞아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려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문재인 의원은 다음달 중순께엔 출마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기도 한다. 문 의원은 이날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이른바 '곰신' 여성들과 병영문화개선 간담회를 가졌다. 전대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민과 스킨십을 갖고 이를 공개한 것 자체가 정치적 포석으로 관측된다.

한편 천정배 전 장관은 27일 광주에서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호남의 희망' 개소식을 갖고 장하성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초청강연을 연다.

(앞줄 왼쪽부터)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5일 오후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비례대표제포럼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14.8.5/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