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비스테온공조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인수

머니투데이

김미한 기자
심재현 기자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지분 69.99%를 인도하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지난 21일 미국 비스테온그룹과 MOU를 맺고 다음 달 중순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주식매매계약을 정식 체결한다. 계약 당일 기준으로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시가총액이 5조71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인수가격은 약 4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1986년 미국 포드와 만도기계가 합작 설립한 회사로 자동차용 에어컨과 히터 등을 생산해 왔다. 비스테온그룹이 1997년 한라그룹 지분의 50%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비스테온그룹은 지난해 세계 18개의 생산법인을 합병해 한라공조에서 한라비스테온공조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번 계약은 현대차그룹과 한라그룹의 용인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지난해 매출 5조 1894억원, 영업이익 3635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매출의 절반가량(43.3%)인 2조2500억원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몰려 있어서다.

옛 주인인 한라그룹과 정몽원 회장도 만도에 이어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의사를 기회가 될 때마다 밝혔다. 한라비스테온공조 매출의 절반가량이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은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이 없었다.

한앤컴퍼니는 PEF 중에서도 현대차그룹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만큼 이번 인수가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상원 한원컴퍼니 사장은 2006년 현대차 계열인 현대로템 지분 24.81%로 현대차그룹 경영진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한라그룹이 당장 인수 여력이 없지만, 한앤컴퍼니의 인수로 수년간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절반이 현대기아차그룹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용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올해 이뤄진 기업 거래 중 8조5726억원이었던 OB맥주 건 다음으로 큰 규모다. 한앤컴퍼니는 한진해운 벌크선사업부, 대한시멘트 등을 잇달아 인수한 바 있다.

한앤컴퍼니는 MBK파트너스와 국내 PEF의 양대 산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