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모르게 통장서 전재산 빠져나가, 농협 측 "조사 중"

주인도 모르는 사이 통장에서 1억원이 넘는 거액이 빠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24일 전남 광양경찰서에 따르면 광양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50·여)는 지난 7월1일 자신의 삽교농협 계좌에서 약 1억2000만원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해당 계좌에는 대출로 인한 마이너스 약 500만원만이 남아있었다. 사라진 금액은 이씨가 결혼 후 15년간 주택 구입을 위해 모아온 전재산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해당 계좌에서는 지난 6월26일부터 28일까지 총 3일동안 41차례에 걸쳐 회당 약 300만원이 타 계좌로 송금됐다. 전액 텔레뱅킹을 통해 제3자 명의의 대포통장으로 빠져나간 뒤 인출된 것. 조사 결과 이씨의 휴대폰 및 유선전화 사용 기록에는 해당 거래 내역과 일치하는 부분이 없었다.

경찰은 누군가 이씨의 아이디로 금액 인출 이전 농협 홈페이지에 접속한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씨는 평소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IP 추적 결과 접속지는 중국.

현재 이 사건은 범인이 누구인지, 이씨의 정보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종결된 상태다.


농협 측에 따르면 텔레뱅킹을 통해 계좌에 있는 금액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번호, 주민등록번호, 보안카드 번호, 계좌번호, 계좌 비밀번호, 이체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농협 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에서 보상 여부를 조사 중"이라며 "농협에서 배상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건 와전된 것으로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1차례에 걸쳐 비슷한 금액이 인출된 거래 형태에 대해서는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농협은 고객의 거래 형태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부정거래 탐지 시스템(Fraud Detection System)'을 다음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현재 '고객 돈 1억2000만원 유출 후 책임질 수 없다는 농협에 고합니다'라는 제목의 서명 운동이 지난 22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24일 오후 1시 현재 2002명이 참여했다. 서명 운동을 시작한 이는 "농협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안에 힘쓰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