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보다 이자 더 내는 '집단대출'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그래픽=최헌정

#지난 8월에 5.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위례신도시 '호반베르디움'에 당첨된 신모씨는 중도금 납부와 관련해 '집단대출' 상담을 받고 어리둥절했다. 집단대출 금리가 개인이 빌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은행이 신씨에게 제시한 집단대출 금리는 잔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의 9월15일 기준인 2.68%에 가산금리 0.75%포인트를 더한 연 3.43%였다.

한국은행이 최근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린 상황에서 신규취급액이 아닌 잔액 기준으로 코픽스를 적용해 금리가 오히려 높게 나왔다. 게다가 바로 옆에 위치한 '위례자이'의 경우 연 3.30%의 조건을 제시받은 상태여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음달 서울 성동구의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최모씨도 상황은 마찬가지. 집단대출 가산금리가 주변에서 본 것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최씨에게 은행이 제시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9월15일 기준·연 2.34%)에 가산금리 1.1%포인트를 더한 연 3.44%. 최씨는 "지인의 경우 개인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연 3.12%를 적용받는다"며 "만약 2억5000만원을 똑같이 빌려도 이자만 연간 80만원은 더 내야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매달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집단대출'이란 특정 단체에 속해 있거나 아파트입주자 가운데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 개별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평균 금리는 3.34∼3.43%다.

주담대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신용등급 1∼3등급의 경우 국민은행이 3.24%로 가장 낮고 하나은행이 3.41%로 가장 높다. 통상 은행들은 개인대출과는 달리 단체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집단대출 금리를 낮게 적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엔 개인이 받는 주담대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대출금리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입주한 서울 성동구 왕십리 '텐즈힐2단지'는 당시 잔액 기준 코픽스 2.86%에 가산금리 0.6%포인트를 합쳐 연 3.46%를 적용받았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수원 '래미안영통마크원' 집단대출의 경우 당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연 2.62%)에 0.83%포인트를 더한 연 3.45%가 적용됐다.

그동안 코픽스는 0.20∼0.28%포인트 가량 하락했지만 현재 적용받는 대출금리는 2개 단지 모두 최초 집단대출 당시와 거의 같다. 가산금리가 그만큼 올라서다. 1개월 새 가산금리가 0.2%포인트 올라간 곳도 있다.

위례신도시 '호반베르디움' 당첨자 신씨는 "최근 코픽스가 내려 좋아했지만 가산금리가 오르는 바람에 대출금리는 오히려 주담대보다 높다"며 "은행 직원들에게 수 차례 물어봤지만 본점 정책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주담대의 경우 개인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0.4%포인트까지 차이가 나고 아파트에 따라 대출심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집단대출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줄다보니 가산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어 생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