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통장서 1억 '몰래' 인출, 전문가 추정 '수법'은?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지역 농협 예금통장에서 예금주도 모르는 사이 15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의 돈이 빠져나갔지만 경찰이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이에 피해자가 농협에 강력히 항의했고, 농협은 보험사를 통해 보상심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전문기관에 정밀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24일 농협 관계자는 "지난 7월 한 고객으로부터 자금이체 피해신고가 접수돼 두달간 경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며 "보험사를 통해 보상심사를 진행하고 있고 전문기관에 정밀조사를 다시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1일 전남 광양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50)는 자신의 삽교농협 계좌에서 텔레뱅킹을 통해 약 1억2000만원이 인출됐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의뢰했지만 범인은 물론 계좌 접근방식조차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가 종결됐다.


농협 측에 따르면 텔레뱅킹으로 계좌에 있는 금액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번호, 주민등록번호, 보안카드 번호, 계좌번호, 계좌 비밀번호, 이체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이 6가지 정보가 유출되려면 ▲고객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유출 ▲금융기관 내부에서 유출 등 두 경우밖에 없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 자체 확인 결과 내부에서 정보가 유출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뤄진 경찰 조사 결과 지난 6월26일부터 28일까지 총 3일동안 41차례에 걸쳐 회당 약 300만원이 타 계좌로 송금됐고, 전액 텔레뱅킹을 통해 제3자 명의의 대포통장으로 빠져나간 뒤 인출된 사실은 밝혀졌다. 경찰은 금액 인출 이전 누군가가 이씨의 아이디로 농협 홈페이지에 접속한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씨는 평소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IP 추적 결과 접속지는 중국으로 드러났다. 또 이씨의 휴대폰 및 유선전화 사용 기록에는 해당 거래 내역과 일치하는 부분이 없었다.

금융 전문가는 "농협은행에서 지난 2012년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씨를 범행대상으로 지목하고 그가 텔레뱅킹을 할 때 누르는 보안카드의 전류와 주파수를 모니터링해 보안카드 35개 숫자를 모두 알아낸 것으로 보인다"며 "계좌 비밀번호나 이체 비밀번호는 보안이 취약한 인터넷에 가입해 알아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씨의 계좌에는 범인이 대출받은 마이너스 약 500만원만이 남아 있었다. 사라진 금액은 이씨가 결혼 후 15년간 주택 구입을 위해 모아온 전재산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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