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철 "메릴린치 실패 재발 방지, 투자실명제 강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한국투자공사(KIC)가 2008년 투자해 7000억원 규모의 장부상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메릴린치 투자의 재발을 막기 위해 투자 실명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현재 10%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안홍철 KIC 사장은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메릴린치에 투자한 것은 잘못된 투자였고 잘못된 투자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며 "메릴린치 투자 실패의 뼈아픈 교훈을 되새겨 명실공히 국가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적인 국부펀드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이 같은 투자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실무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신설하고 의사록에서 발언자의 실명과 발언내용을 기재해 향후 책임자를 가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건별로 투자집행 담당자를 두겠다는 방안도 밝혔다.

현재 보유한 메릴린치 투자지분은 당분간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내년 미국의 금리 상승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금융주 주가가 회복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KIC는 2008년 1월 메릴린치에 2조원(약 20억달러)을 투자해 대규모 장부상 손실을 입었다. 지난 10월 말 현재 메릴린치 주가 17.16달러 기준으로 손실 규모는 7억2000만달러(35.8%)다. 메릴린치 주가는 2011년 5.56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안 사장은 메릴린치 투자를 결정했을 당시 KIC 감사로 투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안 사장은 "당시 투자를 강하게 반대했지만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서 투자를 적극 추진했다"며 "감사는 회의에서 발언권만 있었고 투표권은 없어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투자에서는 대체투자 비중을 두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부동산 투자는 규모가 크고 주식, 채권의 중간 정도 되는 수익률을 내기 때문에 해외 연기금들도 투자를 많이 한다"면서 "기존 대체투자운용사들과 공동 투자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전문가 육성을 위해 앞으로는 국내 자산운용사를 더 많이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안 사장은 "우수한 투자 성과, 해외투자 기반을 갖춘 국내 운용사 선정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다만 패시브 투자(벤치마킹 지수만큼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IC는 현재 순자산이 769달러(약 95조6500억원)다. 주식과 채권에 각각 49.1%, 34.0%를 투자하고 있다. 올해 수익률은 8월 말 기준으로 6.88%이며 최근 5년 간 총자산 수익률은 연환산 기준으로 8.2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