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으로 실명했는데 장애연금 못 받는다니…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지난 5월 21일 대구 달서구청 대강당에서 공무원들이 시각 장애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전 모씨는 2010년부터 갑자기 시력이 나빠져 현재 한쪽이 실명되고 나머지 한쪽도 사물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전 씨는 최근 국민연금의 장애연금 급여를 신청하러 갔지만 거절당했다. 국민연금 측은 연금법상 ‘가입 중 생긴 질병’으로 장애를 입어야 수급권자가 될 수 있는데 망막색소변성증은 유전질환이라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25일 서울시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전 씨처럼 유전질환으로 시각을 잃은 장애인들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찾는 토론회를 26일 연다고 밝혔다.

앞서 사례로 든 전 씨의 경우 지난 2006년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장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망막색소변성증의 발병 시기가 국민연금 가입 전이 아니라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 시기라고 보는 것이 맞다”며 환자의 장애연금 수급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시는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 ‘수급 자격 없다’는 처분이 잇따르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가입기간 중에 질병이나 부상을 얻은 경우에 한해 인정하고 있다. 완치가 됐지만 일정 기간 뒤에도 계속 정신적, 신체적 장애가 남아 일상 활동에 지장이 있을 때 생활 안정을 위해 지급되는 연금이다.

이번 토론회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재단 별관 교육장(서대문구 통일로 135 충정빌딩 8층)에서 개최된다.

토론회에서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장애인연금수급권미해당처분을 받고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 억울함을 호소한 전 씨가 직접 참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이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배진수 변호사(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발제와 염형국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최정남 협회장(한국망막색소변성증협회)과 의료 전문가들이 공개 토론을 벌인다.

배 변호사는 “대법원은 이미 동일한 질병에 대해 의학적·객관적으로 질병 발생일을 판단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며 “국민연금 가입 이전에 질병이 발생했다고 간주해 장애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장애연금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복지소외계층 시민의 권리행사를 돕고 다양하고 실질적인 법률구제 토대를 만들어가고자 서울시가 지난 2012년 7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설립한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