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품 비리 해소는…정부의 방산 지원과 예산 증액부터

올해 대한민국 국방예산은 35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무기 도입·업그레이드·정비에 배정된 '방위력 개선비' 항목은 11조 2870억원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고품질 무기와 부품을 도입하기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방위산업 전문가들은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은 미국 H사가 음파탐지기에 단독입찰하고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발생했다"면서 "무기개발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방위력 개선비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정부가 국내 방산업체의 원천기술 확보를 지원하기보다는 해외 구매에 의존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방산 수출은 일국의 국방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정부간 거래(G to G)라는 점에서 자동차, 전자제품 등 상용제품 수출과 다르다. 방위산업이 비리의 온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버팀목이 되려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것이다.


◇선진국, 방산수출 컨트롤타워 및 지원조직 갖춰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방산 강대국들은 방산수출 컨트롤타워 및 지원조직을 갖추고 있다. 국방부 산하 무기통제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실(미국), 기업혁신 기술부(BIS·영국), 총리실 산하 국가계약지원위원회(CIACI·프랑스), 국방부(이스라엘) 등이 컨트롤타워다.

선진국들은 방산수출 지원조직으로는 국방안보협력본부(DSCA)·국무성 안보지원기구(미국), 영국 무역투자청 국방안보기구(UKTI-DSO), 국방부 산하 병기본부(DGA) 국제개발국 및 전략국(프랑스), 국방부 방산수출국(SIBAT·이스라엘) 등을 각각 갖추고 있다.


특히 영국 정부는 특정 무기 수출이 자국 국익에 핵심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국방부를 주축으로 구매국 정부와 거래에 직접 개입한다. 정부간 거래(G to G) 방식으로 영국 정부가 자국 기업과 구매국 사이 거래를 직접 주선 및 보증하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영국 정부는 에어쇼, 런던 방위산업 무기박람회(DSEI) 등 국제 방산전시회를 총괄한다. 영국과 주요 구매국 정부 인사, 방산기업 고위 임원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특별 만찬회 등도 주선한다.

우리나라는 방산수출 지원조직으로 방위사업청이 2009년 만든 '수출진흥과'와 '인증기획과'가 있다. 방사청과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함께 만든 방산물자 교역지원센터도 있다.

그러나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산 제품의 방산 수출을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컨트롤타워 및 지원 전담조직을 설치·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컨트롤타워가 없어 일관성 있는 방산 정책을 집행하기 어렵다"면서 "가뜩이나 예산도 부족한데 정치권에서 문제삼는 경우 예산 집행을 아예 못하거나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양질의 방산제품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방산제품·기술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수출 고려해야
우리나라는 군이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ROC)을 중시해 세계 최고 성능 제품을 단기간의 전력화 시기 이내에 공급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 때문에 국내 방산업체의 원천기술 확보를 지원하기보다는 해외구매에 의존해왔다.

반면 선진국들은 방위산업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기초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도 방산수출확대 및 적극적인 수입대체 전략을 통해 2010년 이후 방산무역수지 흑자국이 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내수 위주의 국방연구개발 체계를 초기단계부터 수출을 함께 고려하는 체계로 바꾸고 핵심 기술·부품 개발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이다.

'T-50' 고등훈련기 이스라엘 수출 실패에서 보듯 한국은 아직 방산 신흥국이다. 산업연구원(KIET)의 방위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무기체계의 글로벌 제품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77~85% 수준이다. 최근 수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잠수함, 군수지원함 등 일부 방산 제품을 제외하면 글로벌 수출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산업연구원 장원준 연구위원은 "방산수출 세계 13위인 우리나라가 2020년까지 방산수출 10위권 이내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미국(미주), 인도네시아(아시아), 터키(중동), 페루(중남미), 리비아(아프리카) 등 권역별 방산수출 핵심 거점국가를 발굴해 경제·외교·안보·방산 측면에서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자동차를 10년 운전하다가 고장 나면 자동차업체의 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면서 "무기도 마찬가지로 오래 써서 문제가 생긴 경우 성능과 기술력 개선이 필요한 것이지 무조건 비리로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방산업체 수출시 기술료 면제 등 혜택 필요
우리나라 방산업체들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손잡고 방산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한다. 국내 최고·최대 방산기술 개발 전문 인력을 보유한 ADD는 수출 초기단계에서 국내 방산업체로부터 40~50%의 기술료를 받는다. 예를 들어 특정 방산업체가 100만달러 상당의 무기를 수출할 경우 ADD에 기술료로 40만달러를 지급하는 식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자국 방산업체들이 제품 수출을 하는 경우 기술료 면제 등 혜택을 부여한다. 이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대신 구매국들에게 방산제품 연구개발비를 제품 가격에 일부 전가해 향후 첨단 방산제품 개발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한다.

가령 미국은 '대외군사판매(FMS)' 제도를 통해 무기 판매시 구매국들에게 '회수불능비용(Non-recurring cost)'를 부과한다. 반면 미국 방산업체가 해외 시장에 무기를 수출하는 경우에는 기술료를 공제(recoupment)해준다. 영국은 기술료율이 7% 수준이나, 자국 방산업체가 처음부터 해외 수출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한 경우 기술료를 면제해준다.

또 선진국들은 방산수출금융을 적극적으로 펼쳐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대외군사재정프로그램(FMF)'이라는 금융프로그램을 우방국의 안보를 지원하는 차관으로 쓴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매년 30억달러 규모의 FMF를 지원받아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