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한푼도 아쉽다"는데… 교육장들은 '관광 중'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도 누리과정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등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부 서울 교육지원청들이 선심성 연수를 다녀오거나 기획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25일 서울 각 지역교육청들에 따르면 성동교육지원청은 지난달 30~31일 강원도 원주의 한 호텔에서 관내 초등학교 교장 및 전문직 50여명을 대상으로 평일 1박2일 일정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강의와 토의 일정은 일부였고 레일바이크 체험, 치악산 유람 등 원주 일대를 관광하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성격이 짙었다. 성동교육지원청은 다음달 4~5일에도 평일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태백 일대를 둘러보는 교감 워크숍을 기획해 놓은 상태다.

북부교육지원청은 지난 18~19일 관내 중·고교 교감, 전문직 등 80여명을 데리고 전남 순천으로 평일 1박2일의 연수를 진행했다. '현장 견학'이란 제목을 붙였지만 전주, 순천 일대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정이 주였다.

강동교육지원청 또한 24~25일 평일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설악산에서 유·초등학교 교원, 교감, 전문직 90여명을 대상으로 현장 연수를 진행했다. 연수 프로그램은 낙산사 관람, 설악산 산행 등 관광 중심으로 채워졌다.


강남교육지원청은 오는 26~27일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교장 연수를, 다음달에는 교감 연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지원청이 관내 교직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주말을 끼지 않고 평일 이틀 학교현장을 비우고 선심성 친목도모나 관광 형태의 연수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모 고교의 교사는 "사실 연수 프로그램을 보면 굳이 호텔에서 1박2일로 다녀오기보다 관내에서 하루 또는 반나절 일정으로 소화해도 충분한 내용"이라며 "더군다나 금·토나 토·일 1박2일도 아니고 평일 이틀 학교를 비운다는 건 상식 밖"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말에 진행되는 이런 연수들은 대부분 교육장이 관내 교장이나 교감, 전문직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심성으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국적으로 예산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현실에서 호텔 비용, 식대 비용, 교통 비용 등을 과다하게 지출하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예산이 없다며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까지 거부한 마당에 교육공무원들이 민심을 살피지 않고 수 천만원의 예산을 낭비하는 행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의 한 교직원은 "누리과정 예산문제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도 겹쳐있는 이 민감한 시기에 공무원들이 그런 선심성 연수를 다녀오면 국민들의 감정이 나빠지지 않겠느냐"며 "일부 교육청은 협찬금까지 받는다는데 눈치도 없고, 철부지 같은 행동"이라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