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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대통령 임기도 흥정할 수 있을까?

[박재범의 브리핑룸]

박재범의 브리핑룸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입력 : 2014.11.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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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D-6. 새해 예산안 처리 기한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헌법 54조 예산안 관련‘국회는 회계연도 개신 30일전까지 의결하여야 한다’는 문구에 따른 기한이다. ‘올해는 다를 것’이라며 ‘혹시나…’하는 목소리가 적잖았지만 현재로선‘올해도 역시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헌법에 기한을 명시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앙정부 예산이 한달전 확정돼야 예산 배정 등을 거쳐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들이 예산을 확정하고 집행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7년 개헌 이후 26회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기한을 지킨 것은 여섯 번에 불과하다. 타율로 치면 2할3푼 수준이다. 100%여야 당연한 것인데 참 창피한 기록이다.

최근 10년 내에는 한번도 없다. 대선이 있던 2002년(11월8일)이 마지막이다. 2012년과 2013년엔 해를 넘겨 1월1일 의사봉이 두드러졌다.

이런 ‘비정상’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들끓자 국회는 먼저 핑계를 댔다. 제일 좋은 핑계거리는 “채점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였다. 채점(심사)하는 국회를 욕하지 말고 답안지(예산안)를 늦게 내놓은 정부를 탓하라는 비겁한 변명을 내놨다. 정부를 향해 답안지 제출 시점을 한 달 앞당기라고 호통을 쳤다. 국회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정부는 곧 머리를 숙였다. 그나마 한번에 한달을 앞당길 수는 없으니 10일씩 3년에 걸쳐 앞당기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올해는 그 첫 해로 정부는 ‘약속’을 지켰다. 예년보다 빨랐던 추석 연휴도 반납한 채 납기(9월 23일)를 맞췄다. 예산 제조업자에게 열흘은 엄청난 압박이었다. “우리도 기한을 맞췄으니 국회도 해 줬으면…”이라며 정부가 올해 더 기대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닦달해서 줬더니 ‘세월아 내월아’한다면 느끼는 억울함과 배신감은 더 클 거다.

국회도 핑계를 대는 한편 스스로 부산을 떨었다.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다. 국회가 예산안을 11월30일까지 의결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는 내용이다. 정성이야 갸륵하지만 헌법을 지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인데 안 지킬 것을 상정해놓고 만든 참 이상한 조항이다. 정치권 고위 인사는 “법을 위반하면 그에 따른 제재가 명시돼야 하는데 이 조항은 헌법 위반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선진화 법의 적용을 두고도 말이 많다. ‘부의’와 ‘상정’의 개념부터 헛갈린다. ‘여야 합의 땐 미룰 수 있다’ ‘정기국회 회기까지 하면 된다’ 등 창의적(?) 법 해석이 나온다. 국회가 ‘선진화법’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국회 선진 정상화법’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누리과정, 예산부수법안 지정, 담뱃세 등 흥정도 한창이다.

헌법을 지키기 위한 법을 만들건, 납기일을 앞당기건 결국 중요한 것은 자세다. 헌법을 대하는 국회의 태도 말이다. 헌법에 정해진 ‘시한’이 흥정거리가 되는 순간, 훗날 또다른 흥정이 벌어질지 모른다. 예컨대 대통령 임기 만료일(2월24일 자정) 같은 경우다. 현행 헌법 부칙 1조는 ‘현행 헌법은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된다’는 조항이다. 곧이어 부칙 2조에 ‘첫 번째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 시행일로부터 개시한다’고 써있다.

헌법상 기한도 지키지 않는 마당에 부칙 정도 1~2주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없다고 누가 장담할까. 헌법도 아닌 공직자선거법으로 정해져 있는 대통령 선거일을 좀 미루겠다고 하면 누가 법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까. 헌법 위반이 12년 연속, 13년 연속 계속되면 그 자체가 ‘관습’이 되고 헌법의 위에 자리하는 ‘관습 헌법’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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