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놨다 하면 '완판'…지칠 줄 모르는 '특판' 인기

#직장인 A씨는 이달 초 기사를 통해 SBI저축은행의 특판 정기적금 소식을 접했다. 저금리 시대 마땅히 돈을 맡길 곳을 찾지 못하던 A씨는 다음날로 가까운 SBI저축은행 지점을 찾았다. 처음에는 특판 금리가 적용되는 기간인 1년으로 가입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고민 끝에 A씨는 2년으로 가입을 했다. 더 오래 넣는다고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낮아지면 낮아졌지 오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불과 몇 년 전 5~7% 금리일 때 나중에 금리가 더 오르면 다시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짧게 적금에 들었다가 금리가 떨어지기만 해 땅을 치고 후회한 일도 떠올랐다.


금융권에서 특판 예·적금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완판(매진)'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 속에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의 상품을 찾아다니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이 이달 초 계열저축은행(SBI2·SBI3·SBI4) 통합을 기념해 1000억원 한도로 출시한 특판 정기적금 상품은 8영업일 만에 매진됐다. 이 상품은 기존 적금상품의 기본금리인 연 4.2%에 일괄적으로 0.4%포인트를 더해 주는 것으로, 4.6%의 금리가 적용된다. 27일 기준으로 저축은행 업계의 정기적금(1년) 평균 금리는 3.35%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신규고객만 1만명 가까이 몰렸다. SBI저축은행은 조기 매진된 적금 특판의 연장 차원에서 지난 25일 정기예금 특판도 1000억원 한도로 새로 내놨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통합기념 정기적금 특판이 고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예상보다 빨리 조기 매진돼 새롭게 특판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문을 연 OK저축은행이 출범을 기념해 500억원 한정으로 선보였던 '오픈 특판 OK정기예금' 역시 3일만에 판매가 완료되는 기록을 세웠다. 오픈 특판 OK정기예금은 기본금리 연 2.8%에 가입 고객이 창구에서 'OK'라는 손동작하면 0.4%포인트 우대금리 적용하는 것으로, 사실상 모든 고객이 3.2%의 금리를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일부 저축은행들의 특판 상품 등에 힘입어 저축은행 업계의 수신은 최근 들어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처음으로 두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지난 7월 말 30조5541억원을 저점으로 8월 30조7087억원, 9월 30조9698억원 등 2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판의 인기는 2금융권 상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은행이 지난 10일 3000억원 한도로 선보였던, 우리은행 소속 여자프로농구단 '한새농구단'의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위풍당당! 우리한새 정기예금' 특판 상품도 28일까지 판매가 예정돼 있었지만 24일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가 연 2.20%이며, 농구단이 정규시즌에서 우승하면 0.1%포인트, 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리하면 추가 0.1%포인트를 우대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특판 상품에 대해 역마진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저축은행들에 대해서는 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홍보·마케팅 목적으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가, 자칫 적절한 운용처를 찾지 못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저축은행 업계의 특판으로 모인 자금은 충분히 운용할 곳이 있는 것으로 보고 역마진 위험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그 동안 강점을 보였던 중소기업 대출을 보다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들의 경우 저축은행 업계에 진출하면서 당국과 5년 내 대부자산 40%를 축소하기로 약속한 만큼, 이를 이행하기 위해 대부업 자산을 사들여 저축은행으로 이전하는데에도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 이 밖에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을 유치해 향후 신용대출 등에 있어서도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특판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가 계속되다 보니 일부에서 운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특판 상품을 출시하는 금융기관들 역시 철저하게 운용 방안과 리스크 등을 고려한 후 상품을 출시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