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구달 "인간세계 머리와 가슴 연결 끊어져…희망은 청년"

제인구달이 25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 14회 김옥길 기념 강좌'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도 가지 못한 여성이 아프리카에서 연구를 한다 하니 연구비가 한 푼도 없었어요. 그때, 영국의 어느 부유한 분이 6개월만 지원해주겠다 했고 6개월의 지원이 55년의 연구로 이어졌어요."

침팬지 세계로 들어간 최초의 여성 과학자 제인구달이 지난 25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14회 김옥길 기념 강좌'에 연사로 나섰다. 그는 '희망의 씨앗'이라는 주제로 자연과 인간,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제가 10살 때 사람들에게 이다음에 크면 동물에 대한 책을 쓰겠다 하니 모두 웃었어요. 하지만 제 어머니는 제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하고 기회를 포기하지 말라 하셨죠. 제 생각엔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 중에 그것보다 더 훌륭한 메시지는 없을 것 같아요."

어머니의 지지에 힘입어 돈을 조금씩 모은 23살의 그는 아프리카로 떠나 저명한 고생물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의 조수가 됐다. 루이스 박사의 조수로 일하며 침팬지 연구를 맡게 된 그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루는 망원경을 목에 걸고 숲으로 들어갔는데 침팬지가 흰개미 굴 앞에 앉아 작은 나뭇가지를 굴에 넣고 개미를 빼내 먹고 있었어요.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데이빗 그레이 비얼드라는 애칭을 가진 침팬지를 통해 그는 침팬지 역시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뿐만 아니라 데이빗은 잎이 여러 개 달린 잎사귀를 굴에 넣을 때 굴에 다 들어가지 않으면 잎사귀 몇 개를 떼고 넣는 행동을 취했다. 이는 도구를 단지 사용하는 것이 아닌 만드는 것을 뜻했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도구를 쓰는 존재라고 알려졌을 때였다.

"침팬지가 우리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가장 관심 있었던 것은 아기 침팬지가 자라면서 엄마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 하는 것이었어요. 우리 인간에게도 인생의 첫 경험이 매우 중요하듯이 침팬지 사회에서도 어떤 엄마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들의 삶이 달라지죠."

침팬지에 대한 연구를 거듭할수록 그는 침팬지와 인간이 비슷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또한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이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초기단계 문화의 모습을 발견했다.

"캠브릿지 대학에 가니 제가 연구한 것을 전부 틀렸다고 했어요. 일단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여준 것에 대해 아주 비과학적이라 하더군요. 개성, 정신세계, 감정을 침팬지를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것은 오직 인간만이 갖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는 어렸을 때 키웠던 강아지 러스티를 통해 동물도 개성과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엔 그의 연구를 인정하지 않았던 다른 과학자들도 이제는 동물의 개성과 감정을 이해한다고. 그는 우리와 다른 동물들 사이에 아주 날카로운 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들에게도 지능이 있다는 것을 이젠 모두가 알지만 그래도 인간과 비교할 순 없죠. 그렇다면 왜 지구역사에서 가장 머리 좋은 동물인 인간이 우리 주변을 이렇게 망가트리며 사는 걸까요. 어느 순간 우리는 지금의 결정이 먼 미래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각하는 지혜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

동물들에게도 지능이 있다는 사례를 설명하던 그는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을 지적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을 얻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인간을 두고 그는 '기막힌 머리와 따뜻한 가슴 사이의 연결'이 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뿌리와 새싹'이라는 환경 캠페인 단체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에도 40개팀이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는 우리 주위의 환경 문제에 관해 토의하고 환경 보호를 위해 저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뜻을 세우고 일을 시작할 때 어른들이 귀를 기울여 주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을 것이에요. 지금의 젊은 친구들이 인간의 머리와 가슴 사이의 연결고리를 다시 이어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