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정화조'의 반등, 이제 끝났나

코스피지수가 한달여만에 1980선을 회복했지만 정작 이달 코스피 반등을 견인한 정유·화학·조선 등 경기민감 업종은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달 하순까지의 폭락장세 이후 기술적 반등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추세반등을 위해 필요한 실적 등 요인들이 여전히 부재하다는 이유에서다.

◇코스피 나흘연속 상승불구, 조선업지수는 3%하락
26일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3% 오른 1980.84로 마감, 전일 대비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 지수 모두 고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가 분류하는 코스피 18개 업종지수 중 13개가 이날 상승마감했다.

그럼에도 유독 낙폭이 커 보이는 곳들이 있다. 코스피 기계업종지수는 전일 대비 2.18% 하락,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크게 밑돌았다. 전기가스 업종지수도 1.25% 내렸고 운수장비, 철강금속, 운수창고 등 업종지수가 하락마감했다.

실제 영위하는 사업을 기준으로 분류한 KRX(한국거래소) 섹터지수를 보면 업종별 상승하락 현황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날 KRX섹터지수 17개 중 10개가 상승마감한 가운데서도 KRX 조선업 지수는 전일 대비 3.16% 하락했다. 에너지화학, 자동차, 철강, 운송 등 업종도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경기민감 업종의 약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업종은 9~10월 조정장세 기간 급락한 후 이달 들어 강하게 반등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달 코스피가 1930선에서 저점을 찍고 1980선까지 올라오는 와중에서도 이들 경기민감 업종의 기여도가 컸다.

11월 들어 경기민감 업종이 반등한 데에는 대외여건 호조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국·중국 FTA(자유무역협정) 타결로 우리 주력기업들의 활동무대가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달 중순 부각됐다.

최근에는 중국이 2년4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친 점도 중국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민감주의 반등에 힘을 더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기민감 업종에 대한 실망감이 팽배했던 데 반해 이달 들어서는 대외발 호재에 따른 기대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기준금리 인하를 호재삼아 경기민감주들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따른 숨고르기 국면이 나타났다"며 "경기민감주 주가동향과 연관이 깊은 국제유가가 약세로 돌아선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대내적으로는 실적, 대외적으로는 중국지표 반등확인 필요"
문제는 경기민감주의 반등이 다시 한 번 추세적으로 나타날 것인지 여부다. 우선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화조' 업종이 현 수준 이상으로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이달 들어 한·중 FTA, 중국 기준금리 인하 등 중국 자본재투자와 관련한 이슈가 많이 부각되면서 '정화조' 업종에 대한 기대심리에 변화가 생겼다"며 "이달 나타난 '정화조'의 반등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지려면 업황회복 및 기업실적 회복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게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내년에는 반등하지 않겠냐'는 기대심리는 이미 수년간 '정화조' 업종의 주가를 떠받쳐 온 논리로 작용돼 왔다"며 "이같은 기대감과 실제 나타난 실적과의 괴리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주가수준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기대감만으로 달성된 것"이라며 "당분간 '정화조'업종에 대해서는 단기매매(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화조'의 추가반등을 위해 대외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박 팀장은 "'정화조' 업종의 실적과 주가는 중국경기에 연동되는 측면이 강하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 경기지표에서는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4분기 성장률이 내년 1월이나 돼야 발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화조' 업종의 기술적 반등 후 조정국면은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하단 자체가 견고해지고 있어 지난달 하순 수준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