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첫 기업 자율 대형 빅딜… 빅딜은 계속된다

기업들이 중국업체의 거센 추격과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침체 돌파를 위해 ‘선택과 집중’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본업과 관계없는 계열사들을 과감히 정리해 주력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 눈을 팔 여유가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당분간 깜짝 놀랄만한 빅딜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26일 체결할 빅딜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주력 계열사인 화학과 방위산업을 정리하려는 삼성의 ‘이해’와 그룹의 주축인 화학과 방산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한화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사상 최대규모의 빅딜이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석유화학업종의 경우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내에 대규모 시설 투자가 이뤄지면서 국내에서 수입하던 화학제품 원재료를 중국 내에서 조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수출에 의존하던 국내 화학업체의 실적은 계속 악화되고 있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화학 계열사를 매각키로 한 반면 한화는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포스코 (394,500원 ▼1,500 -0.38%)와 KT를 비롯해 최근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고 본업에 집중하려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비주력 계열사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특수강을 매물로 내놨고 광양제철소 내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포스화인·포스코우루과이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의 주범인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고 중복 사업 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게 권 회장의 방침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경남 창원 대우백화점과 부산 대우백화점 센트럴스퀘어를 롯데그룹에 매각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KT도 핵심 사업과 거리가 있는 kt렌탈을 매각하기로 했다. 인수 4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은 셈이다.

포스코가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못 내고 있는 것과는 달리 kt렌탈은 올 하반기 최대 M&A 매물로 꼽히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은 결과 SK네트웍스와 한국타이어, GS리테일, 효성, SFA 등 대기업을 포함해 20개 가까운 업체가 의향서를 제출했다.

재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르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정부가 나서거나 금융당국이 나서야만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부작용이 컸고 뒤늦은 구조조정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비핵심 계열사 매각에 나서는 사례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상황이 좋지 않고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어 이같은 흐름은 또 다른 트랜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