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수출 금융위기 후 최대폭 감소..'차이나 리스크' 빨간불

경상수지가 3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지만 수출과 수입이 모두 급감했다. 가공무역 감소로 수출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감소한 데다 수입 역시 이 여파에 동반 감소했다. 가공무역 감소는 중국의 무역구조 변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큰 탓에 앞으로도 국내 수출입 지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경상수지 32개월 연속 흑자...상품 수출은 8.7% 급감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4년 10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 흑자액은 90억1000만달러로 32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10월까지의 올해 누적 경상흑자액도 706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액 전망치 840억달러는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수출과 수입은 동반 급감한 불황형 흑자였다. 10월 상품수지 수출액은 521억6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8.2%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9월 17.3% 감소 이후 최대다. 같은 기간 수입 역시 7.5% 급감한 435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역시 지난해 2월 15.3% 이후 가장 큰 감소세다.

동시에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상품수지와 통관기준 수출입과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10월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대비 2.3% 늘며 상품수지 수출과 방향이 엇갈렸고, 수입 역시 통관기준으로는 3% 줄어 상품 수입 감소보다 적은 위축세를 보였다.

정준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수출 급감은 가공무역, 중계무역 감소와 선박 계상 기준이 통관과 다른 점 때문"이라며 "수입 감소는 유가 하락과 가공무역 감소 탓"이라고 설명했다.

가공무역과 중계무역은 해외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탓에 실제로 제품이 국경을 넘나드는 통관 수출입엔 잡히지 않고 상품수지에만 계상돼 통관과의 차이를 만드는데, 이 부분이 감소했다는 것.

또 선박을 수출 할 때 통관기준에선 계약이 되면 신고할 때 한꺼번에 수출액으로 잡히지만 상품수지 통계에선 수출대금이 나눠 들어올 때마다 수출액에 잡힌다. 따라서 선박으로 인해 발생한 통관과의 수출 차이는 대금이 다 들어오는 12월 경엔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가공무역 둔화 장기화되나...중계무역 수출도 감소

하지만 상품수출 급감을 초래한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가공무역과 중계무역 위축은 구조적인 부분인 탓에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수출 부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박을 제외해도 10월 상품수출은 전년대비 3% 가까이 감소했다.

가공무역이란 국내기업이 해외 가공업체에 중간재를 제공한 뒤 중국 등 해외업체가 이를 완성품으로 만들어 국내로 되팔거나 해외에 판매하는 거래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디스플레이 패널, 반도체, 의류 등이 이 같은 가공무역을 거친다. 지역 별로는 우리나라 가공무역 중 80% 가까이가 중국에서 이뤄져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이 꾸준히 가공무역을 규제하는 추세다. 자국에서 부가가치가 낮은 공정만 이뤄지는 가공무역 대신 전체 공정을 다 중국에서 해 자국 내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늘리기 위한 조치다. 중국 당국은 2004년 화학비료 등 341개 품목을 가공무역 금지품목으로 발표한 후 거의 매해 금지품목을 추가 해 왔다.

여기에 중국 산업 구조 고도화도 가공무역을 위축시키고 있다. 중국이 더 이상 중간재를 우리나라에서 사 조립해 파는 무역 대신 자체적으로 중간재를 만들면 한국의 대중 수출 수요가 그만큼 줄어든다. 특히 석유화학 등의 업종에서 중국이 한국산 대신 자체 제품을 쓰는 추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또 국내 기업들의 해외 현지 생산 증가도 수출을 줄이는 요인이다. 올해 5월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 준공, 9월 LG디스플레이패널의 광저우 공장 준공 등 가공무역이 독립채산형 현지법인 거래로 바뀌는 추세다. 현지법인이 만드는 제품은 수출에 잡히지 않는다.

10월의 경우 가공무역 감소는 수입 감소로도 이어졌다. 국내 기업이 중국에 중간재를 보낸 뒤 중국에서 완성품을 만들 때 쓰는 독일이나 일본산 제품은 우리나라 수입으로 계상되는데, 가공무역이 줄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편 중계무역도 감소세다. 중계무역은 국내기업의 해외법인이 만든 제품을 국내 본사가 판매망을 이용해 전 세계에 파는 무역으로 우리나라 경우엔 스마트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고가품 군에선 애플과, 저가품에선 샤오미 등 중국 제품에 치이며 중계무역 성장세도 주춤해졌다. 최근 몇 년 간 급증했던 중계무역 순수출은 10월 9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적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수출의 25%가 대중수출이고 이 중 절반이 가공무역"이라며 "석유화학, 철강 등에서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등으로 중국 내 자체 생산이 늘었고 전자 쪽에선 우리 기업이 현지 법인을 세워 직접 생산하는 경우가 늘며 앞으로도 대중수출 둔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