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DNA가 잠재력'…자신감 넘친 제일모직 IR

다음 달 상장을 앞둔 제일모직이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첫번째 비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이른바 '삼성 DNA'를 토대로 제일모직의 다양한 사업부문을 전략적으로 키워가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자리였다.

제일모직은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애널리스트 대상 기업설명회(IR)를 가졌다. 상장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의 홍성국 신임 사장 내정자를 비롯해 건설, 패션, 지주회사 담당 애널리스트 4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설명회는 각 사업부문에 대한 상세한 현황과 향후 성장전략에 대한 소개에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됐다. 제일모직이 영위하는 사업부문은 크게 △패션 △건설(건축·환경개발) △레저(테마파크·골프장 운영) △식품(단체급식·식자재 유통)으로 나뉜다.

매출의 가장 큰 부분(올해 3분기 누적기준 매출의 35.8%)을 차지하고 있는 패션부문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주변국가로 성장을 확대해 '아시아 패션 리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점을 내세웠다.

제일모직은 2016년까지 중국에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 매장을 38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잇세컨즈는 올해 매출 성장률이 50%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패션부문 성장을 이끄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중국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에는 베트남 시장을 공략해 아시아 시장에서 패션 선두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에 참석한 A증권사 연구원은 "각 부문의 사업성만 놓고 본다면 패션부문이 기업의 성장동력이 돼 줄 것으로 보고 있는 듯 했다"며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최대한 빨리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출의 23% 가량을 차지하는 건설 부문에 대해서는 향후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시장) 공사 부문을 현재의 3배가량으로 확대하겠다는 복안을 공개했다. 사측 추정에 따르면 현재 매출의 10%수준을 보이는 캡티브 공사 비중을 향후 30%까지 늘리면 마진이 12~13%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용인단지 개발이 포인트인 레저부문에 대해서도 사측의 강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2018년까지 용인 개발에 4000억원을 투자해 경쟁력 있는 부문 중 하나로 키우겠다는 것. 향후 추가적인 확대전략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4개 부문 외에도 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바이오 부문에 대한 상세한 프레젠테이션도 마련됐다. 오는 2017년까지 바이오 부문 매출 4000억원, 영업이익률 30% 수준으로 끌어올려 2020년에는 매출 1조원, 영업이익률 4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제일모직은 사실상 그룹의 정점에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태도를 견지하며 설명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B증권사 연구원은 "지주회사라는 단어를 적시하지 않았지만 지주회사격임을 암시하는 언급이 있었다"며 "각 사업부문 모두 자산가치와 성장가치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가진 강점을 제일모직의 경쟁력으로 승화시켜보겠다는 강한 의지도 읽을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C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힘이나 특유의 DNA를 제일모직의 성장 모멘텀으로 연결시켜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향후 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지금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강조했던 자리였다"고 전했다.

제일모직은 12월 3~4일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10일~11일 기관과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을 실시한다. 희망공모가 밴드 4만5000~5만3000원을 바탕으로 한 공모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