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만 2명, 직원인권 못돌본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 사무실 내부. (박마루 서울시의원 제공)

장애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의 직원들이 적은 인력과 스트레스로 혹사당하다 유산에 이르는 등 정작 자신들의 인권은 챙기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박마루 서울시의회 의원(새누리당)은 제257회 시의회 정례회의 시정질문에서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의 직원이 4명이서 하루 644건의 상담을 도맡고 있다”며 “이들 중 2명은 업무과다로 스트레스를 받아 유산까지 했다”고 열악한 환경에 대해 지적했다.

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의 직원 A씨는 지난 3월 출근길에 척추 골절사고가 발생했지만 과다 업무로 5주 치료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3주 만에 복직했다. 직원 B씨와 C씨는 임신 3개월 차에 계류유산했다. 다른 직원 D씨는 임신 8개월차에 조산기를 동반한 체내 염증이 발생해 입원해야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인원 부족으로 업무 과다에 시달리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서울시가 인권을 강조하지만 (허술한) 단면을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가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화 상담을 하며 욕설을 하거나 모욕하는 민원인도 많지만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어 직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센터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의원은 “중요한 상담실이 제대로 된 문도 없고 파티션만 돼 있다”며 “상담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이야기가 나오게끔 해야 하는데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자기 얘길 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열악한 환경에 비해 센터 직원들은 서울시 전역 곳곳의 장애인 성추행 등 주요사건들을 맡아 해결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해 예산이 1억9500만원에 불과하다며 예산 부족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시정질문을 받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에 대해 “시행한 지 1년 된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에서 어떤 경우에도 이런 과도한 업무가 있고 불상사까지 있었던 건 유감”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 시장은 “장애인 문제와 관련해 어느 시장보다 관심을 갖고 다양한 형태로 고민하고 있다”며 “시행한지 1년이 됐고 한꺼번에 다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개선해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