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인사 화두, '전략통 전진배치'+'스마트폰 승부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이학렬 기자

LG그룹의 2015년도 정기 임원인사는 구본무 회장이 여러 차례 강조해 온 '시장선도 전략'과 '실행력'에 초점이 맞춰진 '맞춤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부장 대부분을 유임시키며 안정을 꾀했지만, 전략적 승부수를 띄워야 할 분야에 있어서는 과감하게 '선수'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세트)의 경우 마케팅 전략에,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 분야는 기술력 강화에 각각 무게를 뒀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통'이면서 실제 사업현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던 인재들이 상당수 이번 승진자 명단에 올랐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내년 스마트폰 사업에 '승부수'=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주사 (주)LG의 대표이사인 조준호 사장을 LG전자 MC사업본부장으로 투입했다는 점이다.

조 사장이 LG그룹의 컨트롤 타워에서 내려와 치열한 '전투현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은 LG그룹이 내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승부수'를 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이미 세계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내년부터는 단순한 스펙 등 기술보다는 전략적 영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기술경쟁력을 높인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실제로 조 사장은 2001년~2007년 LG전자 정보통신사업 부문 전략담당과 북미사업부장을 역임했다. 당시 LG전자 휴대폰을 글로벌 선두권에 올려놓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북미지역 휴대폰 사업을 총괄했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전략'과 '실행력'에 딱 들어맞는 '스펙'이다.

스마트폰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어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LG전자는 시장에서 '이겨본 경험'이 있는 조 사장을 통해 글로벌 선두권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성과=보상' 공식 올해도 통했다=올해 인사에서도 LG의 성과주의는 다시 확인됐다.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은 지난 2010년 말 현재 자리에 부임한 후 한 자리에서 △전무(2011년) △부사장(2012년) △사장(2015년)으로 승진한 국내 영업의 '달인'이다. 평소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자신을 닮은 인물'로 꼽을 정도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 왔다.

LG전자가 국내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높은 수익성까지 달성한 공을 인정받았다.

LG디스플레이의 기술 개발을 이끌어 온 여상덕 최고기술책임자(CTO)는 OLED(올레드, 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 자리에 올랐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OLED TV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나 세계 최초로 원형 OLED를 장착한 'G워치'를 출시할 수 있었던 것도 디스플레이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략'과 '실행력' 갖춰야 승진=전략과 실행력을 겸비한 인물들이 주력 사업을 책임지는 현장에 전진배치된 점도 눈에 띈다.

승진과 함께 LG전자의 주력 사업부문인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된 권봉석 부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주)LG 시너지팀장을 맡아 주력사업과 차세대 성장사업 분야에서 계열사간 시너지 전략을 짜 왔다. 권 부사장은 과거 LG전자에서 LED 모니터 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리며 '실행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에 함께 LG전자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진용 IVI(In Vehicle Infotainment) 사업부장은 신사업의 조기 사업화로 자동차 부품 사업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 나영배 유럽지역대표는 전략거래선 확대 등으로 유럽지역 매출 성장을 이끌었고, 이혜웅 멕시코법인장은 제품 및 유통채널별 차별화 전략으로 법인의 실적 신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조직개편 화두는 '미래준비'=이번 인사와 함께 이뤄진 LG그룹의 조직개편 화두는 '미래준비'다. 그룹의 양대 축인 LG전자와 LG화학 에 각각 미래전담 조직을 만들고 미래의 먹거리 찾기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LG전자는 전사 신사업 발굴 및 실행을 위한 '이노베이션사업센터'를 신설하고 CTO인 안승권 사장이 센터장을 겸임토록 했다. 전사 B2B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B2B부문'도 신설하고 노환용 사장에게 맡겼다. 이밖에 태양광, 조명, ESS 등 에너지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에너지사업센터'도 신설, 이상봉 부사장을 센터장에 임명했다.

LG화학은 재료사업을 신설해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자산업에서 갈수록 첨단 신소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