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대신 산유량 한도 준수키로…국제유가 급락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주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11년 하루 3000만배럴로 정한 산유량 한도를 고수하기로 했다. 국제 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OPEC이 감산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은 미국 셰일산업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OPEC은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총회에서 하루 3000만배럴인 산유량 한도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OPEC은 2011년 이후 산유량 한도를 줄곧 동결했다.

OPEC은 다만 산유량 한도를 준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은 그동안 원유시장 점유율을 지키느라 증산에 적극적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존 산유량 한도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하루 30만배럴 정도의 감산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 조치만으로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OPEC이 국제 유가를 떠받치려면 산유량을 하루 100만-150만배럴은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OPEC은 내년 6월 다시 모여 감산 여부 등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지난 6월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았던 게 이날 72.58달러까지 떨어졌다. 5개월 새 40% 가까이 추락했다. OPEC이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날 하루에만 6.65% 급락, 하루 낙폭으론 2011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OPEC이 끝내 감산에 나서지 않은 게 미국 셰일업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사우디를 능가할 태세로 산유량을 늘리고 있는 게 국제 유가 하락의 주요 배경이 됐다. 감산에 따른 유가 반등이 오히려 미국의 셰일 개발을 부추겨 국제 원유시장에 대한 OPEC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국제 유가 하락을 용인하면 막대한 돈이 드는 셰일 개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OPEC은 미국 셰일개발업체들이 본전치기를 할 수 있는 유가 수준을 배럴당 53-78달러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