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은?

삼성그룹이 다음 주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키'를 쥔 첫 인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를 통해 이 부회장이 꿈꾸는 삼성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가늠해 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높아진 관심과는 정반대로 이번 인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는 그야말로 '시계 제로'다. 워낙 변수가 많아 인사의 방향 뿐 아니라 규모조차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나리오1. '신상필벌' 인사태풍 예고
일단 예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기존 삼성식 인사스타일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들에 책임을 묻고 관련 임원들을 대거 물갈이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우선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를 비롯해 삼성전기 (142,900원 ▼3,800 -2.59%), 삼성SDI (401,000원 ▼4,500 -1.11%) 등 전자 계열사들이 '타겟'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삼성전기 (142,900원 ▼3,800 -2.59%)는 지난 7월 그룹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을 받았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법인 설립 3년을 맞아 컨설팅 차원의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경쟁사 대비 실적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패널티'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사장단 규모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삼성그룹에서 부회장을 포함한 전체 사장급 이상은 총 61명이다. 여기서 오너 일가 부회장, 사장 3명과 미래전략실 부회장, 사장급 3명을 제외하면 계열사 사장단은 현재 55명이다.


여기에 최근 석유화학, 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빅딜'과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재추진 가능성 등은 사장 자리가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나리오2. '조직안정'이 우선
반대로 이 부회장이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두고 의외로 인사폭을 최소화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인사 개편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예상 외로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조직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 부회장이 사실상 이끌고 있는 삼성그룹이 예전과 확연하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번 인사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27일 이 부회장이 경질설이 떠도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는 점도 기존 관측과는 거리가 있는 움직임이다.

전자계열사와 달리 금융계열사는 인사태풍이 비켜갈 확률이 높다. 보험 및 카드 계열사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말 새로 선임돼 이번 인사에서 사실상 '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CEO가 재직 2년차 이상인 증권 및 자산운용계열사의 경우 실적으로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