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정유株 '급락'..유가하락 여파

유가 급락 여파에 국내 증시가 휘청거렸다. 비교적 유가에 민감한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조선, 정유 종목이 줄줄이 급락했다. 잠시 하락세가 주춤했던 국제유가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산유량 유지 결정으로 급락, 4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국내 비틀거리던 조선, 정유 업종이 카운트펀치를 맞은 형국이다.

28일 증시에서 대우조선해양 (34,750원 ▲2,550 +7.92%), 한진중공업 (3,100원 ▲90 +2.99%), SK이노베이션 (108,400원 ▼2,200 -1.99%), 현대미포조선 (73,100원 ▼100 -0.14%), 삼성중공업 (9,630원 ▲150 +1.58%), S-Oil (77,400원 ▲1,300 +1.71%) 등이 하락 마감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은 7%대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6%대, 현대미포조선과 삼성중공업, S-Oil은 5%대 하락했다.


국제유가 급락이 조선, 정유 종목 동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 유가는 전일 OPEC(석유수출국기구)에서 석유 산유량 한도를 3000만 배럴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4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7일(현지기준) 뉴욕시장에서 WTI(서부텍사스유) 선물은 배럴당 69.05달러로 마감했는데 이는 2010년 5월 이후 4년여만에 최저 수준이다. 두바이유,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 지표로 쓰이는 상품들의 가격도 역시 4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OPEC의 산유량 한도 유지 결정에 대해선 셰일가스를 무기로 삼고 있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종전 에너지 수출국 간 주도권싸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유, 조선 업종의 주가 하락은 국제유가 흐름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유업종의 경우 유가 하락은 바로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기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변수다. 더구나 유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는 원유 매입과 판매 시점 차이에서 오는 손실이 발생한다. 정유사는 원유를 국내로 들여오는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유가가 떨어지면 원유를 구입했을 때보다 하락한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유가 4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정유사의 4분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석유 수요 둔화와 공급 확대로 국제 유가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달러 강세 역시 유가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유가 반등에 힘이 실리지 않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정유기업의 실적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올해 4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종도 국제유가 여파 하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글로벌 주요 석유 및 가스 기업들이 유가 하락 영향으로 일부 해양 프로젝트 발주를 늦추거나 투자규모를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양 프로젝트 발주 지연은 조선회사의 수주 환경을 악화하는 주요 요인이다. 또 고마진 선종인 해양원유시추선 등의 시세가 국제유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올라야 사업 여건이 나아지는 구조다.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떨어진 조선업종의 주가가 유가 하락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반등하지 못하고 오히려 추가로 주저앉는 모습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부분을 감안할 때 다음달까지 철강, 정유, 화학 등 소재업종과 조선 등 산업재 부문이 눈에 띄는 반등세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들 종목의 주가 흐름은 국제유가가 바닥을 다지고 재차 반등하는 과정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