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대출사기' 무역보험공사·수출입은행 간부 2명 구속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의 대출사기를 수사 중인 검찰이 모뉴엘에 대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거액의 뒷돈을 받은 국책금융기관 간부 2명을 구속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수출입은행 현직 부장에 대해서도 추가로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 모뉴엘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28일 모뉴엘에 대출 업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수출입은행장 비서실장 서모(54)씨와 무보 부장 허모(52)씨를 구속했다.

이날 이들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은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이 있고,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씨는 수출입은행 대출담당 부서장으로 재직할 당시 모뉴엘로부터 대출한도를 높여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허씨는 대출 지급보증을 해주는 대가로 모뉴엘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대출한도를 늘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수출입은행 현직 해외 사무소장 이모 부장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장은 지난 2011년 모뉴엘 담당 팀장으로 근무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모뉴엘 박홍석 대표와 경영진들 수사하는 과정에서 계좌추적을 벌여 이들에게 금품이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모뉴엘이 국책금융기관인 무보와 수출입은행의 다른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도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임직원 중 무보 무역진흥본부장 이모(60)씨 등은 현재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모뉴엘의 보증업무를 담당하던 무보 전 영업총괄부장 정모(47)씨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정씨는 지난달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사표를 내고 해외로 도주한 상태다.

모뉴엘은 해외수출입을 부풀려 조작한 서류를 근거로 최근 6년 동안 국내 시중은행 등 10여 곳에서 총 3조2000억원을 대출받았다.

모뉴엘은 이 가운데 6700억여원을 갚지 못한 상태다. 현재 기업은행 1500억원, 산업은행 1250억원, 외환은행 1090억원, 국민은행 760억원, 농협 750억원 등의 대출잔액이 남아 있다.

무보가 모뉴엘 대신 금융권에 갚아줘야 할 보증잔액도 3256억원대에 이른다. 수출입은행 역시 보증이나 담보 없이 모뉴엘에 1135억여원을 신용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모뉴엘 사건 자체가 '봉이 김선달'식으로 벌어졌는데 그런 일이 한 두 사람의 비리로만 발생했다고 보기 의아해서 나름대로 사명감 있게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뉴엘 수사가 금융권 전반에 걸친 대출 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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