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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것의 쓸모있는 변신…"짓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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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것의 쓸모있는 변신…"짓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

머니투데이
  • 양승희 기자
  • VIEW 9,788
  • 2014.12.06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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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만났습니다]'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김정후 박사 "잔디심는 게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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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인 김정후 박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산업유산 재활용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버려진 창고가 유명 미술관이 되고 혐오시설이었던 감옥이 세계적인 호텔로 변신한다. 대규모 가스 저장소는 공동주택으로 쓰이고 낡은 양조장은 느낌 있는 레스토랑으로 바뀌어 손님을 맞는다.

한때 잘나가던 시설이었지만 지금은 본래의 기능을 잃고 방치됐던 건물들이 부활하고 있다.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산업유산이 다른 기능을 찾아 우리 사회에서 쓸모 있게 재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유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김정후 박사(45)는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영국 런던대학(UCL) 지리학과 펠로우로 연구 및 활동하며 JHK 도시건축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는 그는 1년에 3번 한국에 방문하는데 올 때마다 20차례 이상 강연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겨울방학을 맞아 최근 귀국한 김 박사는 약 3주 동안 강원도, 제주도, 인천시 등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연구기관 등을 오가며 도시재생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유럽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김 박사의 저서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에는 버려진 산업유산을 재활용한 유럽의 사례가 담겨 있다.
김 박사의 저서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에는 버려진 산업유산을 재활용한 유럽의 사례가 담겨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도서관에서의 강연은 지난해 나온 그의 책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를 바탕으로 열렸다. 옛 서울시청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된 서울도서관은 그의 강연 주제와 딱 맞는 상징적인 곳이다.

김 박사가 산업유산 재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인데, 현재 우리가 처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과 맞물려 있다. 현 상태로 계속 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다음 세대가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을 만큼 위기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자들은 자동차 적게 타기, 에너지 효율 높은 전구 사용하기 등 온난화 흐름을 더디게 할 수 다양한 실천 방안을 제시해왔다. 산업유산 재활용 역시 지구가 죽어가는 현 상황에서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천 논리에서 비롯됐다.

일반적으로 ‘녹색 도시’라고 하면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까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김 박사는 “녹지를 조성하는 것은 그림자를 푸른 빛으로 칠하는 것일 뿐 도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 즉 본질 자체가 녹색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능을 다한 시설을 제거하고 필요한 새 건물을 지은 뒤, 옆에 녹지만 조성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산업시설을 재활용할 경우 경제, 사회, 역사, 환경적인 면에서 다양한 이득이 발생합니다. 대형 건물을 헐고 다시 짓는 비용은 따질 수 없을 만큼 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유해 요소도 엄청나니까요. 건물을 보존해 다른 기능으로 활용하게 되면 그 안에 담긴 유·무형의 사회적, 역사적 의미까지 후대로 이어집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가치들이죠.”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 오스트리아 빈의 ‘가소메터 시티’, 핀란드 헬싱키의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카타야노카 호텔’(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은 버려진 산업유산에 새 기능을 부여해 재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제공=김정후 박사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 오스트리아 빈의 ‘가소메터 시티’, 핀란드 헬싱키의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카타야노카 호텔’(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은 버려진 산업유산에 새 기능을 부여해 재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제공=김정후 박사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사회학과 지리학으로 분야를 확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전쟁 후 압축 성장을 겪으며 무조건 ‘새로 짓는 것’에만 몰두하는 우리 사회에 산업유산 재활용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들었다.

프랑스 파리에 버려진 철길이 아름다운 산책로이자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프롬나드 플랑테’, 대규모 가스 저장고가 주거, 상업, 문화 시설을 갖춘 작은 도시로 뒤바뀐 오스트리아 빈의 ‘가소메터 시티’, 핀란드 헬싱키에 남겨진 감옥이 훌륭한 숙박시설로 활용된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카타야노카 호텔’ 등. 유럽에서는 옛날 건물에 새 기능을 부여해 성공적으로 재사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친환경 이슈와 더불어 산업유산 재생이 세계적 추세가 된 지금, 국내에서도 재활용 사례가 조금씩 눈에 띄고 있다. 정수처리장을 재활용한 선유도공원, 수도시설 위에 지은 윤동주문학관, 옛 철공소 거리에 생긴 문래동 예술촌, 개항기 건물을 리모델링한 인천아트플랫폼 등이 대표적이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의 도시와 건축에 필요한 화두를 지속적으로 던지는 것이 도시사회학자로서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김 박사는 "우리나라의 도시와 건축에 필요한 화두를 지속적으로 던지는 것이 도시사회학자로서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우리나라의 도시와 건축에 필요한 화두를 지속적으로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연구기관과 연대해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전문가 및 시민들을 위한 강연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바람직한 도시재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건물을 지을 것인지 기존의 시설을 활용할 것인지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모습은 물론 성격과 미래까지 달라질 겁니다. 산업유산 재활용을 통해 과거를 존중하고 현재를 다듬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낡고 오래된 것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보존하려는 사회적인 분위기, 산업유산 재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정후 박사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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