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양, 해답은 'SW 정의'

노트북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만 있으면 어디든 사무실이 된다. 시간과 공간 제약을 벗어난 업무 형태로 인해 기업들은 새로운 IT(정보기술)환경을 구축해야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부서간 빠른 정보 공유와 보안의 중요성이 동시에 높아졌고, 정보량도 급증했다. 실제 IDC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된 전 세계 총 데이터량은 4.4조 기가바이트인데 반해 2020년에는 약 10배가 증가한 44조 기가바이트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많은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도 화두다.

빠르게 변하는 IT환경으로 인해 무작정 새로운 HW(하드웨어)와 SW(소프트웨어)를 도입할 수도 없다. 언제 쓸모가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올 한해 IT업계에서 가장 떠올랐던 키워드가 바로 '소프트웨어 정의(Software-defined anything·SDx)'다. IT조사기관 가트너는 향후 3년간 가장 발달할 것으로 보는 10대 전략기술 중 하나로 '소프트웨어 정의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를 선정하기도 했다.

◇ '유연성' '확장성'이 중요한 클라우드 세상

최근 2~3년간 떠오른 IT업계 키워드는 '클라우드'였다. 사용자가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 IT자원을 필요한 만큼 빌려서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테면, 네트워크 장비 10대를 사야하는 상황에서 대신 클라우드업체에서 빌려쓰고 서비스 비용을 내는 것. 언제든지 확장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필요없는 경우 서비스를 끊으면 그만이다.


때문에 클라우드 인프라는 '확장성' '효율성' '유연성'이 중요한 기준이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대부분 기업 데이터센터처럼 수백만명 고객을 지원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과 컴퓨팅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어야한다. 빌려쓰는만큼 비용도 최소화해야하고, 상황에 따라 사용 비중과 방법 등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업들은 추구한다.

이러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는데 가장 필요한 기술이 바로 '소프트웨어 정의'다. 현재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정의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정의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네트워크든 스토리지든 활용할 때 고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줄이고 빠른 사업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도록 하는 것이 각종 소프트웨어 정의 기술들의 목적이다.

◇ SDx로 비용은 줄이고 변화는 빠르게

소프트웨어 정의는 쉽게 말하면 SW를 통해서 제어하는 방식이다. 서버나 네트워크, 데이터 센터의 관리자들은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모든 서비스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해야하는데 갈수록 그 양은 늘고, 속도는 빨라져야한다. HW를 일일이 제어하기에는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드는 것이 문제고 이들은 모두 자동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HW를 최소화하고, 이러한 특성을 SW를 통해서 제어할 수 있도록 IT환경을 변경하게 되는 것이다.

사용하는 HW가 줄어드는 만큼 비용도 감소한다. 기업이 소프트웨어 정의 기술 도입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단순히 구입 비용 뿐 아니라 유지관리비용을 합치면 비용 절감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사업 변화에 따라 내부 IT 구성을 쉽게 변경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아웃도어 패션기업 컬럼비아 스포츠웨어는 SDx 기술을 도입해 비용을 줄인 대표적인 사례다. 서버부터 스토리지까지 모두 가상화해 데이터센터 관리가 자동화, 단순화되면서 일단 물리적 HW를 줄여 즉각적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또 전력을 공급하고 운영하고 냉방해야 하는 기계 수가 줄어들자 에너지 및 운영 비용도 줄어 수십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전해졌다.

◇소프트웨어 정의 어디까지 왔을까

한국 IDC는 내년 국내 IT 환경을 전망하면서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프라 환경은 '소프트웨어 정의'로 귀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기업들이 서버를 가상화하는 단계에 머물러있지만, 통합 인프라 제품의 수요가 확대되고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제공에 특화된 업체들간의 제휴도 일반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IBM, HP, 시스코, VM웨어 등 다양한 기업이 이미 소프트웨어 정의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솔루션개발에 대부분의 네트워크 벤더가 참여하고 있고, 그 일부는 시범 적용 단계에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스토리지 솔루션 개발에도 기존 스토리지업체 EMC 등은 물론이고 클라우드 관련 업체들까지도 진입하고 있다. 속도는 다소 느려도 이미 국내에서도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는 추세다.

IT업계는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를 지원하던 데이터센터의 역할이 점차 비즈니스의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로 변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데이터센터는 새로운 차원의 복잡성을 갖게 되고, 이를 위한 통합된 관리 및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