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서 40억 받는 감사? 관피아·정피아보다 '착피아'

금융당국 출신 낙하산이 차단된 금융권 인사에서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이 거센 가운데 장기간 한자리를 꿰차는 '착피아'(유착+마피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하·피감기관에 관례적으로 내려오는 관피아(관료+마피아)나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마피아), 전문성 없는 정피아도 문제지만 기존 낙하산들이 연임을 이어가는 사례도 심각한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3연임 감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소위 '착피아' 감사가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관피아 배제 등으로 금융회사 감사 시장에 신규 인력 진입이 제한되면서 기존 일부 감사들의 3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주요 감사인력 공급처였던 금감원은 저축은행 사태로 2011년4월부터 감사를 내려 보내지 못했고 올 들어 터진 세월호 참사로 완전히 발이 묶인 상태다.

내년 3연임을 앞둔 인사로는 최용수 코리안리 감사, 나명현 현대해상 감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금감원 출신으로 2009년 감사로 선임된 후 2012년 연임에 성공했다. 만약 내년에 또 다시 연임을 하면 무려 9년을 한 회사의 감사로 일하게 된다. 보수는 최 감사가 4억원 이상, 나 감사가 3억5000만원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3연임은 총 보수만 최대 40억원 가까이 받는다는 얘기"라며 "정상적인 감사활동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정창모 대구은행 감사의 재연임 여부가 관심이다. 정 감사 역시 금감원 출신으로 낙하산 감사가 금지되기 직전인 2011년3월 선임돼 올 3월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후임으로 내정됐던 금감원 현직 간부가 낙하산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자 이를 고사했고 이후 정 감사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은행 감사의 연봉은 약 5억원에 육박한다.

낙하산 이미지/사진=머니투데이 자료 그래픽

최근 수년 들어 감사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감사원 출신들도 연임 사례가 적잖다. 김용우 우리은행 감사(2011년3월 선임), 신언성 외환은행 감사 (2012년3월 선임)가 각각 올해 9개월~1년 연임했으며 2011년 선임된 정태문 삼성카드 감사는 2017년까지 6년간 임기를 확보했다.

감사의 재임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연스레 유착 가능성은 커지기 마련이다. 한 전직 금융회사 감사는 "제대로 하려면 할 일이 많은 게 감사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실 감사만큼 편한 자리도 없다"며 "대주주나 CEO(최고경영자) 등 경영진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연임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이미 일부 감사들은 견제 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어떤 감사는 각종 사적 모임에서 CEO를 보좌하는 수행비서 수준으로 전락한 경우까지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고질적 상근감사제도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사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임을 거듭하면 경영진 감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며 "감사의 제 역할을 찾아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