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윤회 문건' 이재만 비서관 12시간 조사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14일 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12.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윤회(59)씨 국정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4일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49)을 소환해 12시간 가량 조사했다.


'정윤회 동향보고' 문건 보도와 관련해 현직 청와대 비서진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지난 4일 김춘식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46)에 이어 두번째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56)에게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박 회장측은 빠르면 15일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이날 오전 9시40분쯤 이 비서관을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오후 9시 27분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뒤 귀가 조치했다.

이 비서관은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기 전,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와 자주 연락했는 지, 문건 속 모임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씨와 최근에 연락한 적이 없다"며 "세계일보가 보도한 문건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우는 것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른 루머라고 생각한다"며 "검찰 수사 내용을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박지만 EG 회장의 미행설과 관련, 지난 4월 정씨의 연락을 받은 부분에 대해 "너무나 황당한 기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사자로서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계속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윤회씨가) '그(조응천) 쪽에서 먼저 나에게 먼저 전화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 근데 왜 내가 전화하는데도 자꾸 피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저한테 얘기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소환된 이 비서관을 상대로 서울 강남의 J중식당에서 청와대 비서진 10여명과 정기적으로 '십상시' 모임을 가졌는지, 국정에 개입했는지 등 문건에 나타난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12일 이 비서관과 청와대 비서진들의 통화기록, 정윤회씨 등의 통화내역과 기지국 사용내역 등에 대한 분석작업을 마친 뒤 전날 이 비서관에 대해 출석을 통보했다.

검찰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안봉근 제2비서관 등 나머지 '문고리 3인방' 멤버들에 대해서도 소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편 검찰이 박지만 EG 회장에 대해서도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통보를 함에 따라 이르면 다음주 초 소환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박 회장은 형사1부와 문건 유출 수사를 진행하는 특수2부 두 곳에서 모두 조사를 받게 된다. 검찰은 필요할 경우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과의 대질조사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박 회장을 불러 유출된 청와대 문건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와 국가정보원과 청와대에 본인과 관련된 문건의 유출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우선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세계일보는 문건의 사진과 함께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문건을 근거로 정씨와 청와대 안팎 인사 10명이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경질시키려 하는 등 국정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세계일보를 고소했고,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관천 경정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