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불패 공식 깨졌다

'공모주 투자는 잃지 않는다'는 공모주 불패 공식이 깨졌다. 하반기 신규 상장한 종목들이 줄줄이 공모가를 하회하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4분기 들어 본격화된 공모주 대목장에서 '복불복'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공모주=절대수익은 옛말,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한 종목조차 상장 후 수익률이 부진한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빛바랜 'IPO 후광 효과'=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상장 종목 34개(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중에서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종목은 총 16개(47%)로 나타났다.

상반기 상장한 6개 종목은 모두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반면 하반기 들어 수익률 악화가 심화되면서 4분기에는 신규 상장한 18개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인 10개 종목(56%)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2013년의 경우 신규상장기업(총 38개)의 평균수익률은 37.7%로 짭짤한 수익을 기록한 바 있다. 연도별 공모주 평균 수익률은 2012년에는 22.6%, 2011년에는 30.2%, 2010년에는 22.1%를 기록했다.


공모주 투자도 주식투자의 일종이지만 그간 증권업계에서 공모주는 절대수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신규 상장시 기업 가치를 실제 가치보다 할인하는 관행과 신규 상장기업에 대한 '시선집중' 효과로 상장 후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공모주를 연구해온 학자들 가운데 아이보튼 외 2인(1988년)은 신규상장주를 공모가에 매수해 상장 당일 매도한다면 시장수익률보다 16.37%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아가왈과 리볼리(1990년)도 공모가에 받은 주식을 상장 당일에 팔면 10.67% 수익률을 확보한다는 분석을 제시하며 '잃지 않는 공모주 투자'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일이 속출하면서 공모주 불패 공식은 무색해졌다. 삼성SDS 공모 청약을 기점으로 공모주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신참 투자자들도 공모주 투자로 줄줄이 손실이 발생했다.

◇연말에 30여개 상장…거래소의 수급 조절 실패 탓=올해 최악의 공모주는 코스피에서 탄생했다. 풍력타워를 제조하는 씨에스윈드 (51,700원 ▲800 +1.57%)가 그 주인공. 씨에스윈드는 상장 직후 공모가의 90%에 최저 시초가를 형성한 뒤 하한가로 직행,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며 현재 -44.6%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씨에스윈드는 공모주 흥행의 척도가 되는 수요예측 경쟁률도 109.3대 1로 부진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장의 충격은 컸다.

기대주였던 바이오기업 알테오젠 (173,900원 ▲7,600 +4.57%)과 비씨월드제약 (6,240원 ▲150 +2.46%)도 공모가 대비 -18.1%, -2.23%로 신통치 못한 성과를 보였다. 알테오젠의 청약경쟁률은 565대 1, 비씨월드제약의 경쟁률은 681대 1을 나타냈고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도 각각 409대 1, 681대 1로 높았지만 상장 후 주가는 여지없이 약세였다.

엔터주인 에프엔씨 (4,185원 ▲35 +0.84%)조차 공모가를 밑돌며 '엔터주는 흥행의 보증수표'라는 통념을 깨뜨렸다. 에프엔씨의 청약경쟁률은 577대 1로 2011년 와이지엔터보다 경쟁률이 높았지만 현 주가는 공모가를 28.2% 하회하고 있다.

그밖에 공모규모 1000억원 이상 역대 수요예측 경쟁률 1위를 차지한 데브시스터즈도 마이너스 22.64%로 수익률 부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한국거래소가 상장 장려정책을 표방하며 연말에 무리하게 다수의 상장을 추진한 것이 수익률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원상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말에 30여개 기업이 한꺼번에 상장하면서 일부 기업에만 수급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공모가가 매력적이고 성장성 높은 종목들도 단체로 묻히며 상장 첫날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상장 첫날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는 공모가가 고평가된 경우가 많은데 올해 4분기에는 공모가와 무관하게 주가가 일제히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또 복수의 공모주가 한꺼번에 상장하자 기업을 분석할 시간이 부족한 탓에 펀드매니저들이 수요예측에 불참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그 결과 세화아이엠씨, 이츠웰 등은 공모를 철회하기도 했다.

한편 하반기 삼성SDS와 제일모직이라는 초대형 IPO 대어가 등장하며 수급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도 연말 중소형 공모주 수익률 악화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