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100% 수용방식 개발 추진… 첫삽은 '오리무중'

그래픽=유정수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포동 구룡마을을 100% 수용 방식으로 개발하는데 전격 합의했다. 다만 첫 삽을 뜨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개발법에 따라 도시개발구역 지정 후 착공까지는 환경 평가와 실시계획 인가·고시, 주민 공람 등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 이같은 과정이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되더라도 빨라야 2016년에나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합의' 단계인데다, 토지 소유자들에 대한 보상 절차와 임대주택 세부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 등에서 거주민들과 마찰이 발생할 경우 착공까지는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란 의견이다.

실제로 구룡마을 땅의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토지주들은 이번 합의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와 강남구가 갈등을 빚은 지 3년만에 합의에 이른 만큼,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개발방식은 수용하되 재산권 확보를 위해 법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겠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임대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도 보증금과 월 임대료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환지 방식이 아닌 전면 수용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임대주택의 보증금과 임대료 상승이 불가피해지고 이 경우 상당수 거주민들이 입주하기 어려워져서다.


서울시는 수용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토지 보상비 명목으로만 최대 2000억원 정도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박원순 시장이 도시개발사업을 하는데 있어 '거주민 주거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만큼 서울시는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먼저 지난 6월 SH공사가 강남구에 제안한 '이익 공유형 개발'을 수용방식에 맞게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지방식이 보증금과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사업시행자인 SH공사와 토지주가 임대주택 건축비를 공동으로 부담하자는 내용이었다면, 수용방식에선 SH공사가 개발로 얻은 이익을 모두 임대주택 건축비로 재투자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국토교통부와 상의가 필요하고 SH공사의 부담을 늘린다는 단점이 있어 차선책도 검토되고 있다. 임대주택법에 따르면 이번 구룡마을처럼 특수한 사안의 경우 시행자(SH공사)가 임차인의 자격이나 보증금·임대료 등을 별도로 규정할 수 있다.

서울시는 국토부와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이같은 법 규정을 근거로 구룡마을 거주민들에 제공하는 임대주택의 보증금이나 임대료를 낮춰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다만 이 경우 다른 지역 임대주택 입주자들과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공사기간동안 철거민들의 이주대책도 검토해야 한다. 원할 경우 다른 지역의 임대아파트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와 강남구, 토지주, 거주민들의 관계가 위태롭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은 그동안 서로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지금의 관계가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더욱이 강남구가 개발 사업 변경과 관련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 3명과 SH공사 관계자 2명을 고발한 건을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취하하지 않기로 하면서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들 4자와 관계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정책협의체'도 당분간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개발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의사를 모으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한 거주민은 "그동안 일을 겪어오면서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됐다. 당장 서울시와 강남구가 합의를 보고 사업이 곧바로 시작될 것처럼 하고 있지만 언제 또다시 틀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불안감을 보였다.

특히 강남구가 이번 개발사업 변경 합의에도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 3명과 SH공사 관계자 2명 등에 대한 고발은 취하하지 않기로 해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