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변함없는 서강대 금융인맥의 '힘'

서강대 인맥의 금융권 약진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 3월 선출 예정인 한국금융연구원 차기 원장 후보로 서강대 출신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KB금융지주로의 편입 여부조차 불투명한 LIG손해보험의 최고경영자(CEO) 역시 논란의 '서강대금융인회'(서금회) 멤버 선임 가능성이 회자된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사진=서강대 홈페이지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3월 선출될 신임 금융연구원장으로 남주하(54)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남 교수는 20여년 넘게 금융제도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서강대 학사 출신으로 듀크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 등을 거쳐 지난 2000년부터 서강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 국가미래연구원 소속으로 '서강학파'의 핵심이다. 일각에선 김주현(62)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의 선임도 점치고 있다. 김 고문 역시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경영전략본부장을 거쳐 2004~2013년 원장으로 재직했으며, 이후 고문을 맡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현 정권 이후 출신 인사들을 금융권의 핵심에 포진시키면서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대표적인 금융연구원 출신 인사다. 이들의 전진배치를 두고 '연(硏)피아'(연구원+마피아)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금융연구원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신임 원장의 중량감도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선출까지 3개월여가 남아 있지만, 최근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와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선출에서 확인된 서강인맥의 '힘'이 일찌감치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다.

비단 현 정권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금융연구원은 권력층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들이 수장을 맡아왔다. 윤창현 현 원장 역시 서울시립대 교수로 오랜 기간 경제·금융 분야를 연구했지만, 그보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정책자문단 이력과 외곽조직으로 평가받았던 바른사회시민회의 활동이 실질적 배경으로 꼽힌다. 그의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전 정권 인물'이라는 배경 때문이고, 윤 원장 스스로도 연임 의지가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연구원장은 22개 회원사들이 총회를 열어 결정하지만, 후보 추천 권한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될 은행연합회장이 갖는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 논란을 감안하면, 금융연구원장 역시 금융당국 또는 더 윗선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남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에 몸 담아 '친정권' 이미지가 짙다는 점, 김 고문은 1952년 생으로 역대 원장들에 비해 연령대가 높다는 점이 약점으로 분석된다. 또 전직 금융감독당국 출신 인사 등도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선출까지 변수는 남아 있다.


이와 함께 KB금융지주로의 자회사 편입 승인에 난항을 겪고 있는 LIG손보 주변에서도 때 이른 하마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르면 오는 24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승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인수 후 'KB손보' 사장으로 김병헌(57) 현 LIG손보 사장의 재신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 사장 역시 서금회 주축 멤버로서 '이미 언질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제·금융 분야 전반에 서강대 인맥들이 고르게 포진해 있고, 이들은 서금회와 서강바른금융인포럼 등의 모임을 중심으로 교류하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새해에도 공공·민간을 막론하고 금융권의 다양한 보직에 서강대 인맥들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