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사업무산 넉달만에 '수용방식'으로 재추진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그래픽=김지영

개발방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으로 지난 8월 백지화됐던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전면 수용·사용방식(이하 수용방식)으로 재추진된다.

서울시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수용방식'으로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수용방식은 소유자로부터 토지 소유권을 사들인 뒤 사업을 진행하는 개발방식이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난 11월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조속히 사업을 재추진해 거주민들의 삶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수많은 논의와 명분속에서 서울시는 최우선 가치를 시민 생명보호와 최소한의 주거안정을 확보하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앞서 도시개발구역 지정 후 별도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절차를 이행하는데 긴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 이번에는 6개월 내로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수립을 동시에 진행해 내년 상반기 안에 구역지정을 완료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선이 아닌 차선의 방법이더라도 거주민의 생활안전을 지키고 열악한 주거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강남구 추진 방안을 전격 수용했다"며 "구룡마을 개발이익이 현지 공공시설 설치, 거주민 복지증진 재투자,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등 거주민 재정착에 쓰이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구룡마을은 2011년 서울시가 수용방식의 개발방침을 발표하면서 개발 논의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2012년 시가 사업비 부담을 이유로 '환지방식'을 일부 도입키로 하자 강남구는 '일부 토지주에 과도한 특혜가 돌아갈 수 있다'며 반대하면서 2년간 사업이 표류했고 결국 지난 8월 4일 도시개발구역 해제를 고시하면서 사업자체가 무산됐었다.

구룡마을 개발방식에 대한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은 올해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었다. 특히 감사원 감사까지 이뤄졌지만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강남구는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 3명과 SH공사 관계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양측간 개발 재추진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달 9일 발생한 구룡마을 화재 사건 이후부터다. 화재로 인해 주민 1명이 사망하고 136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발방식 선정에만 매몰돼 주민들의 시설보수 요구까지 외면했다는 지적이 거세졌고 결국 양측간 개발방식 합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화재 다음날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각각 구룡마을을 찾아 현장에서 개발을 재추진한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이후 양측 고위관계자간 접촉이 이뤄지면서 사업 무산 4개월만에 재추진 합의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