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상당기간' 대신 '인내'...내년 6월 금리인상 유력(종합)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상당기간'(considerable time)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내년 중반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방침을 확실히 했다. FRB는 다만 기준금리를 언제부터 올릴지 판단하기까지 '인내심을 가질 것'(be patient)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FRB가 시장에서 예상하는 내년 6월 금리인상에 착수하더라도 인상 속도는 더딜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상당기간' 대신 '인내'...내년 6월 금리인상설 유력
FRB는 이날 이틀간의 올해 마지막 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시장의 관측대로 '상당기간'이라는 문구를 뺐다. FOMC는 지난 3월부터 줄곧 양적완화가 끝난 뒤에도 제로(0)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최소 6개월 동안은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해왔다. 따라서 FRB가 이번에 '상당기간' 문구를 뺀 것은 내년 중반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신호가 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FRB는 다만 '통화정책 기조 정상화(금리인상)를 시작할 때는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는 새 문구를 추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통화정책 향방에 대한 FRB의 입장은 '상당기간'을 거론했을 때와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는 FRB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금융시장에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재닛 옐런 FRB 의장은 이날 회의 뒤에 가진 회견에서 '인내'에 대해 "적어도 향후 두 차례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 같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 FOMC 정례회의가 1·3·4·6월에 예정돼 있는 만큼 금리인상이 빨라야 내년 4월 이후 가시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4월에는 없고 6월 회의 뒤에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6월 기준금리 인상설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다.


옐런 의장은 다만 금리인상 결정과 무관한 FOMC 회의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미리 정한 시간표는 없다며 모든 행보는 경제여건을 반영하는 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RB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2008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0-0.25%에 묶어두고 있다. FRB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사실상 2006년 이후 첫 금리인상이 된다. 시장에는 이미 FRB가 내년 중반께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성명도 FRB가 그때까지 제로금리 기조를 고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덕분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날 2% 안팎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더딜 듯..."옐런, 0.25%P 반복 인상 없다"
더욱이 FRB는 이날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향후 금리인상 속도는 더딜 것임을 시사했다.

FRB는 성명에서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여건이 일자리 증가와 실업률 하락으로 더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제 유가 하락과 세계 경제의 취약성에 따른 저인플레이션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FRB는 미국 경제가 내년 2.6-3% 성장하고 실업률은 5.2-5.3%로 완전고용 상태에 도달하겠지만 물가상승률은 1-1.6%로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낮은 만큼 FRB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 더뎌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이 예상한 내년 말 금리는 지난 9월 회의 때 1.25-1.5%였지만 이번엔 1-1.25%로 낮아졌다. 내년에 0.25%포인트씩 4차례의 금리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2016년 말 금리는 당초 2.75-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엔 2.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는 전처럼 FOMC 회의 때마다 0.25%포인트씩 반복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FRB가 1990년대 들어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상하며 금융시장을 뒤흔든 긴축 시기는 크게 1994-1995년, 1999-2000년, 2004-2006년으로 나뉜다. FRB는 1994년 2월 3%였던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2월까지 7차례에 걸쳐 3%포인트 인상했다. 1999년에는 6월 4.75%였던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이듬해 5월까지 1.75%포인트 올렸다. 2004년 6월에는 1%였던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2006년 6월까지 무려 17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5.25%까지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