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비스테온 사모펀드 매각에 현대·기아차 "품질 우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한라비스테온공조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확정한 데 대해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최대 고객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지분 인수에 들어간 자금의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이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금으로 회수할 경우 상대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잦은 경영권 교체로 안정적인 공급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장기적으로 부품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57,900원 ▲1,300 +2.30%)는 18일 미국의 자동차 부품업체가 보유한 한라비스테온공조(HVCC) 지분 약 66.99%를 36억달러(3조98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는 지분 50.5%를 2조9000억여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한국타이어는 1조800억원에 19.49%를 인수해 2대주주가 된다.

이번 인수 건은 국내 사모펀드 역사상 가장 큰 '딜'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앤컴퍼니는 인수 대금 가운데 자체 자금은 4500억원만 투입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싱가포르 테마섹 등 펀드출자자금(LP)으로 5500억원을 마련하고, 1조9000억원은 인수 금융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6000억원을 회사채와 기업어음(CP)로 마련하고 나머지를 자체 유보 자금으로 조달한다.

거래 금액은 직전 1년간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세전이익(EBITDA)의 10.1배 수준이다. 한국 자동차업종의 경우 EBITA 프리미엄 5배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이를 고려하면 2배 정도 비싸게 쳐주고 사오는 셈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 (5,220원 ▲70 +1.36%)는 주문자생산방식 납품을 주로 하는 자동차 공기조절장치 단일품목 제조회사로, 국내 자동차 공조장치 시장의 50%를 점유한다. 최대 고객은 현대차 (252,500원 ▲3,000 +1.20%)와 기아차 (116,200원 ▲300 +0.26%)다.

현대·기아차는 경우 한라비스테온공조로부터 납품받는 공조장치의 비중이 60∼70%에 달한다. 한라비스테온공조로서도 매출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납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50%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현대·기아차는 사모펀드가 회사의 경영권을 가져가는 데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다. 계약이 체결된 뒤에도 현대차 관계자는 "인수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며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자들에게 단기간에 많은 이익을 남겨주려 할 것이기 때문에 R&D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품질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자칫 부품 공급이 불안해지고, 한라비스테온공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자동차 생산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한라비스테온공조와 함께 두원공조에서 공조장치를 납품받고 있지만, 향후 다른 업체로 공급처를 늘릴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관계만 유지돼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1조원이면 비슷한 회사를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범현대가 가운데 충분히 시장 진출을 검토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에 재매각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앤컴퍼니 측은 “중국 기업에는 절대 안 판다. 제2의 쌍용차 매각 같은 기술유출 사태 발생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하지만 국내에서 자금 여력이 있는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경우 중국에 눈을 돌릴 여지가 충분하다.

한국타이어가 한앤컴퍼니 보유 지분에 대해서도 우선매수할 권리를 갖고 있지만 가격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경우 성장성 때문에 EBITDA 프리미엄이 12배 정도까지 형성돼 있다"며 "중국업체는 그 정도 수준까지는 가격으로 지불할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