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소비자, 저유가 혜택 못누린다

백산주유소에서 주유원들이 주문받는 모습

아시아 소비자들이 미국과 달리 저유가로 인한 경제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 유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시아 각국 정부에서 유가 보조금 삭감에 나서 일부 국가에서는 유가가 오른 곳도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가 하락에 대응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인도 정부는 최근 들어 유가에 붙는 정부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준비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유류소비세를 2차례나 올렸으며 이는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인상이다.

아시아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지역이다. 최근 수년 동안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각국 정부는 소비자와 기업을 위해 유가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각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으로 올해 유가가 전년대비 46% 떨어졌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휘발유 가격은 올 7월 대비 26% 하락했으나 중국 베이징에서는 같은 기간 17% 감소에 그쳤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오히려 일부 유종은 값이 올랐다.


이에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저유가로 인해 소비 여력이 높아졌지만 아시아 국가에서는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소매판매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최근 몇년 간에 비하면 취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아시아 정부들은 이를 국가재정 확충에 쓰고 있다. 아시아 소비자들의 소비 규모는 지난 18개월 연속 약세를 보였다.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달 전월대비 13% 하락했으며 인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도네이사에서는 지난 10월 취임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유류비를 3분의 1 올리고 그 돈을 자국의 노후한 도로와 항만 시설 개선에 사용해 해외투자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수년 동안 정부 보조금으로 인한 저유가에 익숙해있던 오토바이와 버스를 타던 서민들은 지난달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몇몇 도시에서 벌였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저유가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 압력이 심해질 것에 대응해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까지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폴 그룬월드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보조금을 깎아 소비자 유가를 시장 가격 수준에 맞추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차를 소유하고 있어 당국이 저유가로 모은 돈을 공공보건과 교육, 사회기반 시설 투자 등에 쓰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원유 수입가격이 낮아지며 한국과 중국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S&P는 필리핀과 중국, 태국 등 원유 수입 의존도가 큰 나라들은 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65달러에 머문다면 경제성장률이 약 0.33%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교통정체와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휘발유에 지금보다 두 배 많은 1갤런(3.78리터)당 1.58달러의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미국 운전자들은 갤런당 18센트의 세금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