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 稅폭탄 부동산펀드업계, 결국 은행빚으로 세금납부

부동산펀드를 운용하다 1600억원대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된 자산운용사들이 은행 돈을 빌려 세금을 납부하게 됐다. 운용사들은 부동산펀드로 등록하기 전에 구입한 부동산에 대해서도 취득세를 감면받았으나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감면분을 환수하면서 한꺼번에 거액의 세금을 물게 됐다.

2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부동산펀드 취득세 환수금을 납부하기 위해 금융권 긴급차입을 허용해달라는 관련업계의 요청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운용업계는 은행권에 돈을 빌렸거나 자금 차입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 본지 2014년 7월 21일자 1면 [단독]稅폭탄 자산운용업계 금융위에 '긴급자금 SOS' 참조.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부동산 집합투자재산(펀드)의 금융권 차입은 부동산 취득 시점에만 허용되지만 이번 취득세 추징 역시 부동산 취득과 관련된 만큼 넓은 의미에서 차입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세금폭탄을 맞은 운용사들 상당수가 자기자본이 수십억원에 불과한데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받게 되면 도산이 불가피하다며 금융위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추징금을 미납할 경우 가산세가 부과되고 펀드 재산에 대한 강제처분이 진행된다. 취득세 감면분 환수와 관련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추징금은 일단 납부해야 한다.

운용사들은 금융위의 허락이 떨어진 즉시 차입에 나섰다. 현재 취득세 등을 추징받게 되는 부동산펀드 운용사는 30곳이며 펀드는 158개다. 애초 알려진 추징액은 회사별로 최대 256억원에서 수십억원 사이로 총 1200억원 가량이었으나 미납기간인 최대 5년치에 해당하는 가산세와 추가추징액 등으로 1600억원대로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1600억원의 추징세액 중 상당부분을 금융권 차입으로 납부하고 일부는 투자자 동의를 거쳐 펀드내 일부 여유자금이나 배당금으로 납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증권금융이 자산운용사에 3%대 저리 긴급대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최근 저금리기조로 일반 금융권 차입에 비해 조건이 크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성사되지 않았다.

부동산펀드 세금폭탄 사태는 지난해 10월 안전행정부가 부동산펀드를 금융당국에 등록하기 이전에 부동산을 취득했으면 조세특례법상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는 취·등록세 중 30%를 감면받는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하면서 비롯됐다. 부동산펀드는 통상 자금모집 뒤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금융당국의 펀드 등록 심사가 지연되면 등록 시점이 부동산 매입 시점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와관련, 업계는 조세심판원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30개 운용사들은 율촌과 화우 등 법무법인 2곳을 선정해 개별적으로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다. 행정소송에서 이길 경우 자금을 추징금을 돌려받게 되지만 만일 패소한다면 운용업계는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입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