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국립대 총장 임용 잇단 '퇴짜'…"청와대 눈치 보나"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임명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입김이나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수장으로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경북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6일 이 대학에 '임명 후보자 임용을 제청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경북대는 최근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1순위 후보로 김사열 교수와 2순위로 김상동 교수를 각각 선정했으나, 교육부가 이에 대한 선임을 공식 거부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들을 낙점하지 않은 사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보통 국립대 총장은 대학에서 두 명의 후보를 올리면 교육부 장관이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에는 공주대에서 제청한 총장 후보자 2명에 대해서도 경북대처럼 별도의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임용을 거부한 바 있다. 방송통신대와 한국체육대도 이런 연유로 현재 총장 자리가 수개월간 공석인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 장기화는 교육부가 청와대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탓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학 구성원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총장 후보로 선출한 만큼 법률적인 하자가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며 "교육부가 이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자 오히려 대통령의 인사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문제 삼았다.

또 다른 국립대의 한 보직교수는"사실 과거에는 범죄경력이나 불법적인 선거 과정이 아니면 대부분 임명을 했다"며 "학내 총장 선출 절차에 의해 뽑혔는데 교육부가 민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대학 자치 침해는 물론,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교육부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공립대는 기본적으로 국가 소유인데다 총장이 이를 대신해 운영하는 만큼 인사권은 국가에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장 직선제 당시에도 제주대 등 일부 국립대에서 올린 총장 후보를 교육부가 거부한 적이 있다"며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문제가 지적되면 장관이 제청을 안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용을 거부한 사유를 별도로 알리지 않는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인사검증 내용은 민감한 부분도 있어 공표가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