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차량통행↑…사고위험성 높지만 대책은 '미흡'

/사진=이진호 기자

대학 캠퍼스 내 차량통행이 늘어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지만 안전대책은 미흡한 수준이다. 학내 도로는 일반도로와 달리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더욱 세심한 주의와 교통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화여대 캠퍼스는 최근 덤프트럭 등 공사차량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기숙사 신축 공사로 교내를 분주히 오가는데 규정 속도를 잘 지키지 않고 먼지, 매연 등이 심해 캠퍼스 '뚜벅이'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차량을 피해 위태롭게 도로를 건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내린 눈으로 빙판이 된 보도를 피해 도로로 내려와 걷는 학생들도 다수여서 교통사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어폰을 낀 학생들이 많아 경적 소리를 듣고서야 차량을 피하는 학생들도 다수다. 수년 전 고려대에서는 휴대폰을 보며 걸어가던 재학생이 스쿨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로교통법 2조 1항에 따르면 도로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車馬)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라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로 명시돼 있다. 학내 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학생과 구성원들을 위한 도로이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뺑소니나 음주 등 몇몇 사고를 제외하면 처벌수준도 일반 도로 수준보다 미약한 수준이다.

캠퍼스 내에서 교통사고가 날 경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어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학교 측에서는 명쾌한 제재 방안이 없어 고민이다.


이화여대 교내에는 제한속도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지만 현실적으로 속도 위반차량을 막을 방도는 없다. 교통안전을 지도하는 A 경비원은 "교내 제한속도는 20Km이지만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정속도 위반 단속방법을 묻자 "경찰은 고사하고 경비원끼리 알아서 해야 한다. 근데 (운전자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신촌의 연세대 캠퍼스는 지난해 여름부터 시행된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공사로 인해 정문부터 본관까지는 보행로와 도로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태다. 정문부터 이어진 공사현장에 일반 차량은 통행이 금지됐지만 공사차량은 예외로, 간간이 삼각뿔과 펜스로 보행로를 구분지어 놓았지만 이를 지키는 학생은 드문 상황.

연세대 관계자는 "공사 차량이 규정속도(20Km)를 위반할 경우 삼진아웃제도를 통해 규제한다"며 "세 차례 규정속도를 어기거나 난폭운전을 할 경우 해당 차량은 교내 운전을 불가능하게 조치했다"고 밝혔다.

연세대에서 진행되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공사현장. 사진의 펜스 왼편이 지정된 보행로이지만 이를 지키는 학생은 드물어 보였다. /사진=이진호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불안은 여전히 존재하는 듯 하다. 연세대 영문과 김모씨(여· 23)는 "어제도 공사 아저씨가 (차량이 지나가니) 비키라며 소리를 지르더라"면서 보행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화여대에서 만난 한 학생은 "(교내) 횡단보도를 일일이 지키기에는 강의시간을 맞추기 빠듯하다"며 "(이화여대 캠퍼스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더더욱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총무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교내 이동차량에 대해 제한속도를 준수해 달라는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며 "차량이 집중되는 교차로나 강의동 앞에 많은 수의 안전요원을 배치해 교통 안전지도에 힘쓰고 있다"고 대책을 밝혔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오히려 학내가 도로교통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본래 (도로교통법에 따라) 200M 간격으로 설치해야 하는 횡단보도를 더욱 촘촘히 설치할 수도 있다"고 예를 들며 "반대로 학교 입장에서는 더욱 세심히 교통안전에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만약 공사차량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업체뿐만 아니라 학교도 책임소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학교 측은 반드시 충분한 인원으로 교내 교통을 지도하는 한편 학생들도 학교 측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