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호재에도 韓증시만 약세인 이유는

전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표가 나온 후 글로벌 증시가 동반상승하고 있음에도 한국만 나홀로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18일 오후 1시30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0.87% 내린 1883.56을 기록 중이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발 호재에 힘입어 전일 대비 0.92% 오른 1917.67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1919.24(+1%)까지 올랐지만 이내 상승폭을 줄였고 오전 11시경에는 1900선을 내주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증시의 낙폭이 여타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서도 두드러진다는 점도 눈에 띈다. 현재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2.58% 오른 것을 비롯해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의 주가지수는 강세 내지 강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심천지수가 약세이기는 하지만 그 낙폭은 0.1~0.3% 수준에 불과하다.

전일 미국 다우지수가 1.69% 오른 것을 비롯해 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2%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서도 현재 코스피 낙폭은 상당히 크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낙폭확대 이유 중 하나로 제일모직 (150,400원 0.00%) 상장에 따른 수급불안을 든다. 대외호재가 발생했음에도 그나마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이 제일모직 1개 종목에 쏠리다보니 여타 종목이 힘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제일모직 매수를 위해 여타 종목을 팔고 나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제일모직을 주로 팔고 기관과 개인이 이 물량을 사들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일모직이 상장 첫 날이라는 이유로 코스피지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제일모직을 사기 위해 여타 종목을 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방경향성만 지수에 나타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 역시 "대외적인 상황과 전혀 별개로 우리 증시 내부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일 만한 요인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지난달 상장한 삼성에스디에스 (151,500원 ▼500 -0.33%)와 이날 상장한 제일모직 등 외국인, 기관, 개인을 망라하는 투자주체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유동성 스폰지와 같은 종목들이 존재하면서 시장 체력이 약화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외국인이 5139억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시장에서 7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이어가고 있고 기관이 3806억원을 순매수, 6거래일째 매수우위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수급은 제일모직 상장으로 인한 왜곡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체 외국인 순매도규모 중 82%가 넘는 4223억원 규모의 순매도 물량이 코스피 섬유의류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기관 순매수금액의 99% 역시 섬유의류 업종에 쏠려 있다. 섬유의류 업종은 제일모직이 속해 있는 업종이다.

제일모직으로의 쏠림현상은 다른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시간 현재까지 제일모직 1개 종목의 거래대금은 1조1620억원으로 코스피시장 전체 거래대금(3조9013억원)의 29.78%를 차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증시가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호재가 없다는 없다는 점이다. 엔화약세 추가진행으로 인해 한국기업에 대한 매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형렬 팀장은 "아무리 연준에서 긍정적인 멘트가 나왔고 국제유가가 반등하는 등 우리 증시를 억누른 일부 변수에 대한 우려가 다소 해소됐더라도 여전히 러시아 경제위기 및 국제유가의 추세적 하락에 따른 세계경제 디플레이션 우려는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같은 우려감이 남아있는 한 주식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MSCI 신흥국지수 올해 연간 수익률이 -7.8%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5.5%에 불과한 코스피의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약세의 추가적인 진행으로 원엔환율이 다시 하락하는 부분이 한국증시에 대한 심리를 악화시켰을 수도 있다"며 "미국 연준의 스탠스 변화로 신흥시장에 대한 충격이 향후에 있을 것이라는 점도 한국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