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3조 매도 폭탄…"휴가 전 EM 정리하고 간다"

외국인이 최근 7거래일 동안 3조원 상당 물량을 쏟아내는 등 매도세가 거세다. 외인 매도 탓에 코스피 지수는 10개월 여만에 1900선(종가기준) 아래에서 장을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이 진정되고 러시아 금융위기 우려가 잦아들기 전까지는 외인 매도세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외인은 특히 크리스마스·연말 휴가를 앞두고 신흥시장(EM)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18일 하루동안의 외인매도는 제일모직 상장 차익실현 물량이 대부분이었다며 FOMC에서 초저금리 기조를 확인한 데서 알 수 있듯 향후 외인 매도는 잦아들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10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하며 총 2조8357어치 물량을 던졌다. 외인 매도 탓에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66포인트(0.14%) 내린 1897.50에 마감했다. 지난 2월 이후 10개월 여 만에 코스피 지수 종가가 19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이도훈 CIM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 급락과 러시아 금융위기 우려가 부각되면서 외국인들이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다만 한국의 펀더멘털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외인 매도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는 코스피 지수가 지금과 같은 약세를 보일 수 있겠지만 시장 관심이 2015년 실적으로 옮아가는 내년 초부터 외인 매매 기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나 노무라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은 1998년 러시아 디폴트 사태가 재발해 금융위기가 인접 국가로 전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신흥시장 전반에서 자금을 빼 안전자산으로 옮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머징 마켓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지난 10일~16일까지 빠져나간 금액 은 총 462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선진 시장 관련 ETF에 96억원이 유입된 것과 비교된다.

그는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로 돌아설 수 있는 변곡점을 현재로서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유가 급락세가 진정되거나 반등하는 시점, 달러 강세 현상이 잦아드는 시점부터 외인 매매에도 변화가 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은 18일 하루 동안에만 5451억원 상당 물량을 던지는 등 무서운 매도세를 보였지만 이는 제일모직 상장에 의한 '착시효과'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외국계 헤지펀드 대부분이 제일모직 공모 차익실현을 노리고 이날 대부분 공모투자 물량을 팔았다"며 "그 밖의 외인들은 러시아 디폴트 등의 대외변수 불안감에 크리스마스 장기 휴가를 앞두고 신흥시장 펀드 비중을 일단 줄여놓고 가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 상장에 따른 차익실현 및 삼성전자 자사주 물량 감안하면 외국인 순매도는 이들 물량이 대부분"이라며 "FOMC 초저금리 유지 기조로 대외 불확실성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순매도는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제일모직 주식만 4488억원 어치를 팔았다. 이는 이날 외국인 전체 순매도 물량의 82.3%에 달한다.